르노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 두 번째 신차인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필랑트(Filante)'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최상위 한정판 모델인 '1955 에디션'은 일반 트림의 풀옵션 가격과 동일한 출고가를 책정하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지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플랫폼 공유하지만 실루엣은 완전한 차별화
필랑트는 르노코리아의 부활을 알린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와 동일한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파워트레인 역시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듀얼 모터가 결합된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유한다. 그러나 차량의 성격과 체급은 확연히 다르다. 2,820mm의 휠베이스는 동일하지만, 전장과 전폭을 크게 늘려 준대형급의 웅장함을 확보했다. 반면 전고는 낮춰 날렵하게 떨어지는 쿠페형 크로스오버의 스포티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주야간을 가리지 않는 조명 디자인도 돋보인다. 원가 절감형 반사판 대신 가장 하위 트림부터 프로젝션 타입 풀 LED 헤드램프를 기본 적용했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로장주 엠블럼에 은은하게 점등되는 일루미네이티드 조명은 야간 주행 시 필랑트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3단 변속기와 E-Tech 하이브리드의 결합... 기계식 댐퍼로 승차감 잡아
파워트레인은 150마력의 가솔린 엔진에 100kW 구동 모터와 60kW 보조 모터가 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250마력을 발휘한다. 가장 큰 특징은 3단 멀티모드 자동 변속기의 채택이다. 다단화 추세를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전기 모터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다. 가속 시 강력한 구동 모터가 즉각적으로 개입하므로 촘촘한 기어가 필요치 않다. 도심에서는 전기 모터 위주로 주행하고, 고속 항속 시에만 3단 기어가 물리며 엔진 회전수를 낮춰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질감과 뛰어난 연비를 구현해 냈다.
하체에는 기계식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탑재됐다. 노면의 자잘한 요철을 지날 때 발생하는 고주파 진동에는 댐퍼 안의 밸브가 열려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고속 코너링 시 발생하는 묵직한 저주파 쏠림 현상에는 밸브가 닫혀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여준다. 고가의 전자제어 장비 없이 기계적 구조만으로 안락한 승차감과 탄탄한 롤링 억제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차량 내부에 들어온 챗GPT... SKT 에이닷 오토 탑재
실내는 12.3인치 디스플레이 3개가 나란히 배치된 '오픈알(openR) 파노라마 스크린'이 시야를 압도한다. 대시보드와 스크린 사이에 에어컨 송풍구를 얇게 배치한 '플로팅 그릴(IP)' 디자인을 적용해, 거대한 스크린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 개방감을 연출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의 SK텔레콤 '에이닷 오토'가 탑재됐다. 단순한 단답형 음성 명령을 넘어, 탑승자와 대화하듯 문맥을 이해하고 공조기나 내비게이션을 스스로 제어한다. 또한, 생성형 AI가 결합된 '팁스(Tips)' 앱이 내장돼 두꺼운 차량 매뉴얼을 대체한다. 계절과 날씨에 맞춰 능동적으로 차량 관리법을 제안하고, 계기판 경고등의 의미와 대처법을 챗봇 형태로 즉각 안내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가족을 위한 섬세한 배려... 진화한 안티 핀치 테일게이트
패밀리 크로스오버로서의 안전 및 편의 사양도 돋보인다.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 파워 테일게이트에는 웨더스트립 내부에 압력 감지 센서를 심은 진보된 '안티 핀치(끼임 방지)' 기능이 탑재됐다. 기존의 모터 과부하 감지 방식과 달리, 문이 닫히는 틈새에 신체나 물건이 살짝만 닿아도 즉각 문을 열어 어린이 절단 사고 등을 원천적으로 예방한다.
실내에는 3존 독립 풀오토 에어컨이 탑재돼 각 좌석별로 최적의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를 걸러내는 PM2.5 카본 필터가 터널 매연과 악취를 화학적으로 차단하며, 시동을 끈 후 에어컨 배관을 말려주는 에프터 블로우가 기본 적용돼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한다.
지능형 최고 속도 제한 보조, 전방 차량 대응 자동 차로 변경 등 고도화된 주행 보조 시스템(ADAS)은 물론, 차량 하부 노면을 모니터에 비춰 좁은 골목길 주행을 돕는 '클리어뷰 트랜스페어런트 섀시' 기능도 아낌없이 탑재됐다.

풀옵션 가격과 동일한 1955 에디션... 르노의 파격 행보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르노코리아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다. 최상위 트림인 에스프리 알핀에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AR-HUD)와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더한 풀옵션 차량의 가격은 5,218만 9,000원이다. 흥미로운 점은 1,955대 한정 판매되는 스페셜 모델 '1955 에디션'의 출고가 역시 이와 동일한 5,218만 9,000원으로 책정됐다는 것이다.
동일한 비용으로 1955 에디션을 선택할 경우, 풀옵션 사양이 모두 포함되는 것은 물론 에디션 전용 실내 네임 플레이트, 프랑스 국기 삼색 그릴 데코, 뒷좌석 코트 행거 및 태블릿 홀더 등 스페셜 액세서리 패키지까지 전액 무상으로 제공받게 된다. 풀옵션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한정판의 혜택을 추가 비용 없이 얹어주는 파격적인 상품 구성이다.
르노코리아는 필랑트 하이브리드를 통해 국내 준대형 SUV 시장의 판도를 흔들겠다는 계획이다. 르노코리아는 내년 팰리세이드 체급의 대형 순수 전기차인 '오로라 3' 프로젝트 출시까지 앞두고 있어 향후 내수 시장 공략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