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고시' 소리 들었던 공인 중개사들에 요즘 벌어지는 일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줄폐업 하는 공인중개소

경기 성남에서 공인중개 사무실을 운영하던 강모(60)씨는 얼마 전 중개업소를 폐업하고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다. 한 달에 1건조차 어려울 만큼 부동산 거래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버텨볼까 싶었지만 사무실 월세도 내기 버거워지자 아예 문을 닫은 것이다.

극심한 주택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 중개업소 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사진=게티

극심한 주택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 중개업소 수가 갈수록 줄고 있다. 2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의 중개업소 수는 11만4856곳으로 2021년 8월(11만4798곳)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중개업소 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2022년 6월(11만8952곳)과 비교하면 20개월 사이 4096개가 줄었다.

개업하는 부동산 중개소는 줄고, 폐업하는 곳은 늘었다. 지난 2월 개업한 중개업소는 총 890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개업 업소(1221곳)보다 27.1% 감소한 수치다. 중개사협회가 개·폐업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2월 기준 최소 수준이다. 반면, 지난달 폐업한 중개업소는 1049곳, 휴업한 중개업소는 118곳으로 총 1167곳의 중개업소가 영업을 중단했다.

고금리 여파로 얼어붙은 주택 경기가 중개업소 감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진=게티

중개사무소의 폐·휴업은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됐다. 서울과 경기에서만 각각 276곳, 334곳의 중개사무소가 문을 닫았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각각 86곳과 71곳이 폐·휴업하며 신규 개업(부산 49곳, 대구 42곳) 수를 넘어섰다.

고금리 여파로 얼어붙은 주택 경기가 중개업소 감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자리잡고, 늘고 있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직거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 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1월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8만1385건에 그쳐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 월평균 거래량(16만1252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거래 침체로 폐업하는 중개사가 많아지면서 중개업소 매물도 쌓이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최근 3개월간 올라온 사무실 매물은 지난 20일 기준 2838건에 달한다.

한때 ‘국민고시’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인기도 과거보다 시들해졌다. /사진=게티

한때 ‘국민고시’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인기도 과거보다 시들해졌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지역본부가 지난해 집계한 광주지역 공인중개사 시험 전체 응시자는 5539명으로 2022년 8075명보다 2536명 줄었다. 2021년 응시자 9282명에 비해서는 40% 이상 감소했다.

주택 경기 전망은 좋지 못하다. 19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달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8.0으로 나타났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 기준선은 100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가 좋지 못하다고 내다보는 주택사업 관련 업체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