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시민들이 산책하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던 광화문광장이 흙탕물에 완전히 잠겼고, 세종로 차도 위에서는 승용차들이 바퀴 절반 이상을 물속에 담근 채 움직이지 못했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사라졌고, 지하도 입구에서는 빗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광장이 하루아침에 침수 재난 현장이 된 이 장면은 서울 도심이 가진 구조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날 서울을 강타한 것은 국지성 집중호우였다.

국지성 집중호우는 특정 좁은 구역에 단시간 동안 극도로 많은 강수량이 집중되는 현상으로, 기상 레이더로도 수 시간 전에 정밀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는다.
서울 도심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 시간당 100밀리미터에 근접한 강우가 쏟아졌고, 이 수치는 서울 도심 하수관이 설계상 처리할 수 있는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하수관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 빗물은 배출되지 못하고 역류하기 시작하며, 맨홀 뚜껑이 수압에 밀려 튀어 오르고 도로와 광장이 순식간에 임시 저수지로 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광화문 일대는 지형적으로도 침수에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으로 둘러싸인 서울 사대문 안 도심은 전체적으로 완만하게 낮아지는 분지 형태의 지형을 가지고 있으며, 집중호우 시 사방의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도심 저지대로 집중되는 구조다.
청계천은 역사적으로 이 빗물을 처리하는 자연 수로 역할을 해왔지만, 도시화 과정에서 복개되고 유로가 변형되면서 순간 강우 처리 능력이 자연 하천이었을 때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복원된 청계천 자체의 유량 한계와 기존 하수관 용량이 동시에 초과되면서 역류 현상이 발생한 것이 이날 광화문 침수의 직접적인 구조적 원인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10년 9월 21일, 추석 연휴 첫날이었다.
많은 시민이 귀성길을 준비하거나 도심 나들이에 나선 시간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광화문광장과 세종로 일대는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에서 일부 차량이 고립됐다.
지하철 일부 역사에도 빗물이 유입됐고, 지하보도를 이용하던 시민들이 갑작스러운 침수에 긴급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이후 서울시의 도심 하수 용량 확대와 빗물 저류조 설치 계획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지만, 도심 침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이 사건이 지금도 유효한 경고로 남는 이유는 도심 집중호우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빈도와 강도가 모두 높아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집중호우 경보가 발령됐을 때 지하 공간 이용자는 즉시 지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최우선 행동 원칙이다.
지하도, 반지하 주차장, 지하철 출입구 인근은 침수 속도가 빠르고 탈출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기상청 앱과 안전디딤돌 앱의 호우 경보 알림을 사전에 설정해 두면 대피 판단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도심 저지대나 분지형 지형 인근 거주자일수록 이 알림의 필요성은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