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경쟁률 12:1, 아직 개봉안했는데 中서 신드롬 일으킨 韓독립영화

“티켓 경쟁률만 12대 1”…윤가은 신작 ‘세계의 주인’, 굳게 닫힌 中 한한령 빗장 다시 열까

아직 정식 개봉도 하지 않은 한국 독립영화 한 편이 중국 대륙 한복판에서 이례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우리들’, ‘우리집’을 연출하며 한국 영화계 독보적인 감수성을 증명해 온 윤가은 감독의 장편 신작 ‘세계의 주인’이다.

‘세계의 주인’은 성폭력 피해의 상처와 주변의 편견 속에서도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걸어 나가는 열여덟 여고생 ‘이주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신예 서수빈이 주연을 맡아 섬세한 내면 연기를 펼쳤으며, 일상에 잔존하는 트라우마와 관계의 균열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호평을 받았다.

최근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세계의 주인’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GV) 행사는 현지 영화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 치러졌다.

불과 200석 규모의 상영관에 무려 2,4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12대 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윤가은 감독의 발언 하나하나를 휴대전화에 담으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이 같은 열풍은 상아탑으로도 이어졌다. 중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베이징대학교에서 진행된 초청 상영 행사 역시 1,800석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 불과 30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정식 개봉작이 아닌 한국 독립영화에 이처럼 수많은 현지 관객이 몰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세계의 주인’을 향한 중국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 영화는 제9회 핑야오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휩쓸며 2관왕에 오른 바 있으며, 이후 상하이국제영화제에도 잇따라 초청되는 등 영화제를 통해 현지 시네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입소문을 탔다.

윤가은 감독 특유의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인물의 심리를 정밀하게 꿰뚫는 연출력이 중국 관객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 윤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마주했던 깊은 고뇌를 전했다. 윤 감독은 “여전히 트라우마의 영향 아래 놓여 있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가장 어려웠던 과제였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10대 여자아이의 모습을 관객들이 마치 자신들의 모습처럼 온전히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며 국경을 넘어 전해진 관객들의 뜨거운 공감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현지 관객들 또한 작품의 독창적인 시선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비극적인 사건 자체를 전시하거나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상처를 끌어안은 채 오늘을 살아가는 인물의 단단한 호흡을 담아낸 점이 중국 청년 세대의 정서적 갈증을 정확히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번 열풍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내 사실상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기조가 여전한 상황 속에서 일궈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 배치 여파 이후 지금까지 중국 본토 극장에 정식 개봉된 한국 영화는 단 한 편에 불과할 정도로 극장 문턱은 견고하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세계의 주인’은 글로벌 배급사 바른손이앤에이를 통해 중국 현지 배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굳게 닫혀 있던 중국 극장 배급망을 뚫어낸 만큼, 현지 영화계에서는 정식 스크린 개봉을 통해 양국 간 얼어붙은 문화 교류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상징적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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