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죽이고 우리끼리 같이 살자" 내연남과 사망보험금 챙긴 아내

유재규 기자 2023. 3.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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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이고 우리끼리 같이 살자."

다른 남자와의 외도를 눈 감아주고 채무까지 갚아가는 한 가장은 2021년 5월27일 자신의 아내 손에 숨졌다.

임씨는 2020년 8월~2021년 5월 경기 화성지역의 한 담배가게에서 5차례 걸쳐 총 40여만원 상당 니코틴 원액을 주문했다.

임씨는 A씨에 대한 장례식을 마친 뒤, 아들의 생일인 5월30일 황씨와 같이 살기위해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다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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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남편 니코틴 음독살인', 1·2심 '징역 30년'
아내 용서한 남편…죽기 전 아들에 "아빠가 아파서 미안해"
ⓒ News1 DB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남편 죽이고 우리끼리 같이 살자."

다른 남자와의 외도를 눈 감아주고 채무까지 갚아가는 한 가장은 2021년 5월27일 자신의 아내 손에 숨졌다. 그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

아내 임모씨(39·여)는 2020년 8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남편 A씨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살해의 목적은 경제적 어려움 이었다.

임씨와 A씨는 2010년 결혼해 4년 후, 아들 1명을 낳고 지냈다. 그러던 2018년 한 봉사단체 모임에서 황모씨를 만났고 임씨는 자신의 공방에 그를 위해 숙식을 제공하며 점차 가까운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심지어 3차례 일본여행도 함께 다녔다.

A씨의 경제적 어려움은 2016년부터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채무를 비롯해 휴대전화 요금, 아파트 임대료까지 겹쳤다. 여기에 임씨가 화장품 다단계 영업의 채무까지 그야말로 산더미다.

어떻게든 빚을 청산하고 황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임씨는 A씨 앞으로 가입된 질병사망 보험금 1억7000만원, 사망상해 보험금 2억6000만원이 떠올랐다.

임씨는 2020년 8월~2021년 5월 경기 화성지역의 한 담배가게에서 5차례 걸쳐 총 40여만원 상당 니코틴 원액을 주문했다. 자신의 입장에서 걸림돌이 된 남편 A씨를 살해하기 위해서다.

비극의 날이 시작된 2021년 5월26일 오전 6시30분. A씨는 여느때나 다름없이 기상해 출근 전, 임씨에게서 받은 미숫가루, 꿀, 우유를 혼합한 음료와 햄버거를 섭취하고 집을 나섰다.

A씨는 하루종일 상태가 좋지 않다고 임씨에게 알렸고 결국 같은 날 오후 3시 일찍 귀가했다. 식사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밥을 거르면 안되다는 임씨의 말에 꾸역꾸역 흰죽도 삼켰다.

상태는 더 악화됐고 결국 오후 11시34분 응급실로 옮겨졌다. 몸이 조금 호전됐는지 이튿날인 5월27일 오전 1시30분에 다시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임씨는 곧바로 A씨에게 찬물을 건네 마시게 했다.

임씨는 오전 7시21분께 호흡을 하지 않는 A씨를 발견해 병원에 옮겼지만 병원은 A씨의 사망시간을 오전 2시로 추정했다.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 당시, A씨의 위에는 물이 가득차 있는 상태였다.

지난 2월9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임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2심 법원은 그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5월18일 수원지법 원심 법원도 임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1~2심 선고공판 끝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더할 주변인들의 진술과 경찰 조서도 알려졌다.

2021년 어느 날, A씨는 자신 몰래 임씨가 결혼 예물을 팔고 추가대출을 받아갔고 이 돈을 채무변제가 아닌, 황씨를 위해 사용됐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의 내연관계를 A씨는 이때부터 알아챘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그럼에도 A씨는 가정을 지키려 했다. 임씨는 황씨와의 내연관계가 드러나자 극단적 선택을 시늉한 사진을 보내자 A씨는 결국 용서했다. 경찰은 당시 "임씨가 자살소동을 벌였던 당일에도 황씨와 함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임씨는 혼자 '쇼맨십' 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A씨가 가정을 유지하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 사망시점 3일 뒤, 2021년 5월30일은 아들의 생일이다. 그는 숨지기 직전 마지막 순간,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아빠가 아파서 미안해"였다.

임씨는 A씨에 대한 장례식을 마친 뒤, 아들의 생일인 5월30일 황씨와 같이 살기위해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다니기도 했다. 서류를 구비하기 위해 이리저리 다녔다는 정황이 판결문에 그대로 기재됐다.

주변인들 또한 "A씨의 장례식장에 황씨가 그대로 머물고 있었고 임씨는 전혀 슬퍼하는 기색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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