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건물' 한샘 상암사옥...매수가의 2배에 팔았지만 속사정은?
첫 주인 팬택, 입주 이후 얼마 안돼 역사 속으로
한샘, 입주 이후 대주주 변경...경영난으로 상장 이후 첫 영업적자
한샘이 서울 상암동 사옥을 산 값의 두배 가격에 그래비티자산운용에 매각한다.
지난달 30일 한샘은 상암사옥을 그래비티자산운용(그래비티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제8호)에 3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샘 상암사옥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에 있으며 지하 5층∼지상 22층 규모다. 한샘은 사옥 매각 이후에도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임차해 사용키로 했다. 또 한샘은 건물 가치 상승에 대한 이익 공유와 안정적 임차 공간 확보를 위해 그래비티에 2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상암사옥 매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한샘 관계자 -
2017년 팬택이 1485억원을 받고 상암사옥을 한샘에 넘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샘은 사옥인수 7년만에 투자금의 2배 이상을 받고 매각한 셈이다.
겉으로만 보면 잘한 장사다. 하지만 속내는 좀 복잡하다.
일각에서는 매각이 결정된 한샘의 상암사옥은 비운의 건물로 회자된다.
한샘 사옥의 전 주인은 1991년 설립된 팬택이다. 초기 주로 무선호출기를 생산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축적된 자금을 바탕으로 1997년부터는 휴대전화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팬택은 베가(VEGA), 스카이(SKY), 큐리텔(Curitel) 등의 브랜드를 통해 국내 2위의 휴대폰 제조사로 부상했다.
미국·일본·중국·유럽·베트남 등지에 휴대폰을 수출하며 세계 각국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팬택은 2005년 무리한 SK텔레텍 인수합병 추진과 판매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상암동 사옥으로 이전한 2006년부터 본격적인 경영의 위기를 겪었다. 고난의 역사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SK텔레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채권단은 팬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판단, 인수합병 1년 5개월만인 2006년 12월 15일 워크아웃(기업 재무 개선 작업)을 결의했다.
팬택이 상암동으로 사옥을 이전한 시기가 2006년 10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옥을 이전한지 불과 두 달 만에 워크아웃의 시련을 겪게 된 것이다. 2007년 4월엔 상장폐지까지 당했다.
결국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한 팬택은 2006년 상암동 이전 11년 만인 2017년에 한샘에 사옥을 매각했다.
팬택으로부터 상암동 사옥을 인수한 한샘 또한 녹록치 않은 세월을 보냈다.
상암동 사옥 이전 4년 2개월 만에 대주주가 변경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대주주가 바뀐 한샘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테리어, 가구 교체 수요가 줄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특히 2022년에는 21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샘이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02년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이었다. 매출도 2조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줄었다.
2023년도 녹록치 않았다. 2023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1조966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다양한 비용절감 노력 덕에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19억원에 불과해 경영여건이 나아졌다기보다 혹독한 구조조정의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샘의 이번 상암동 매각도 재무구조를 견고히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 때 재계에서 한샘의 상암 사옥에 대한 풍수지리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적이 있다...이번 매각으로 한동안 풍수지리에 대한 얘기가 다시 나올 것 같다"
- 재계 관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