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바가지 더 못참아"...제주 버리고 일본 가는 여행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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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겨울휴가에 팔순 노모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던 경기도 이천시의 이 모씨(42). 최근 일본 여행 정상화 소식에 후쿠오카 료칸 여행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호텔 숙소 비용과 렌트비를 따져보니 2박3일 기준으로 오히려 일본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역대급 엔저에 일본 하늘길까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한국 여행족이 제주도 대신 일본으로 속속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바가지 논란까지 빚었던 고가의 숙박료와 렌트비에도 불구하고 짭짤한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제주 관광 시장에 경고등이 켜질 전망이다.

13일 관광·호텔 업계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80~90%대에 육박했던 제주 주요 특급호텔 예약률이 11월에 접어들면서 반 토막 수준까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리조트와 호텔을 함께 운영하는 해비치는 10월 말 90%까지 찍었던 예약률이 11월 40% 아래로 추락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1600실을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내 그랜드하얏트도 60%대를 웃돌던 예약률이 11월 40%대로 내려앉았다. 신라와 롯데 역시 11월 예약률이 전달보다 5~10% 하락하면서 여행족 이탈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항공편 공급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9월 제주행 국내선 운항은 1만3661편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지만 10월에는 7.8% 줄었다. 여행족 이탈이 본격화하는 11월부터는 아예 일본 노선으로 투입되는 항공편이 크게 늘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반면 일본행 수요는 지난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2년7개월 만에 재개된 데 힘입어 폭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13일 현재 11월 출발 예약자가 4177명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1월(807명)과 비교하면 417% 이상 급증했다. 2019년 7월부터 일본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불매운동 '노 재팬' 이전인 2018년(5035명)과 견줘도 83%까지 회복한 셈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메이저 여행사들도 마찬가지다. 일본 남부 등 황금 노선은 항공권이 95% 이상 동난 상태다.

제주 관광 업계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 일본 규슈 남부지역 골프 메카는 역대급 엔저를 등에 업고 숙박·식음료, 렌터카, 그린피까지 제주도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단체골프여행 수요는 이미 영향권에 들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제주 지역 30개 골프장 내장객은 226846명으로, 전년(2190명) 대비 7.3% 감소했다. 연말까지는 더 내리막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사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제주에 올 만한 여행객은 다 왔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며 "거품이 빠지지 않는다면 내국인 수요는 제주를 버리고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제주관광공사와 제주시는 여행족 이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10월 누계 입도객은 23% 늘었다. 내국인 여행족 이탈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인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so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