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폭염·폭우·가뭄까지…지난해 “빼곡한 이상기후”

지난해 이상기후 기록을 담은 '2025년 이상기후보고서'가 오늘 (26일) 발간됐습니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10개 부처가 함께 분석한 이 보고서, 기록적 산불·기온·수온·108년 만의 가뭄까지… 이상기후 기록이 유난히 빼곡합니다.

먼저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이상기후 발생 분포도입니다. 전체적으로 일 최고·최저 기온이 높았던 점이 눈에 띕니다. 또 서쪽 지역으론 일 강수량이 400mm를 넘은 지역이 두 곳이나 있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 2022년까지는 가뭄과 강풍, 폭설, 건조 등 관측값도 표기했지만, 이상고온 현상과 집중호우가 너무 많아진 탓에 기온과 강수 자료만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마저도 모든 극값 기록을 담기엔 모자라 일부만 표기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3월, 역대 최대 규모 산불…당시 기상 상황은?

지난해 3월 21일부터 26일 사이 전국적으로 5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해 진행됐습니다. 피해 면적은 10만 5천여 헥타르,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이 기간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관측 이후 최고치였고, 특히 경북 지역 상대습도는 평년보다 15%P가량 낮았습니다. 당시 한반도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는 저기압이 자리 잡은 남고북저형 기압 배치에서 강한 서풍이 불었습니다. 3월 25일 기록된 일 최대순간풍속은 안동 27.6m/s, 의성도 20m/s를 넘겨 그야말로 태풍급 강풍이었습니다.
거센 바람 탓에 불길이 의성에서 안동 지역을 지나, 영덕의 동해안 끝까지 번졌던 거로 분석됩니다.
■ 6월, 여름의 시작부터 '무더위'…10월까지 늦더위 기승
지난해 여름은 시작부터 무더웠습니다. 6월 초 동해안에선 한낮 기온이 34도 안팎까지 치솟아 평년 기온을 10도 가까이 웃돌기도 했습니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른 시기부터 확장한 데다 티베트고기압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무더위가 밤낮으로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구미와 전주 등 전국 20개 지점에서 관측 사상 최다 폭염일수가 기록됐고, 서늘한 대관령에서조차 처음 폭염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온열질환자 수는 전년 대비 20% 이상 많은 4천 460명을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사망자도 2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폭염은 쉽게 물러가지 않고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늦더위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가을철 평균기온은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 시간당 100mm↑ 집중호우 15차례…강원 영동은 108년 만의 '최악 가뭄'
지난해 장마는 유난히 짧았습니다. 제주와 남부지방의 장마 기간은 2주 남짓,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였습니다. 장마 기간 폭염이 이어지다 한꺼번에 폭우가 쏟아지는 패턴이 잦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통적인 의미의 장마가 사라졌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극한호우도 잦았습니다. 지난해 가평과 서산 등 15개 지점에서는 1시간 강수량이 100mm를 넘어섰고, 9월 7일 군산에선 시간당 152mm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광주에선 7월 17일 하루 동안 426.4mm의 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는데 당시 도로가 잠기고 지하철의 운행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서쪽 지역이 집중호우로 몸살을 앓는 동안 강원 영동 지역에는 108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쳤습니다. 지난해 여름철 3개월 동안 강릉을 비롯한 강원 영동 지역에 내린 비는 232.5mm에 그쳤습니다. 평년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강릉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준공 후 최저치인 11.5% 수준까지 떨어졌고, 제한 급수까지 시행됐습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홍수 대비를 위해 하수관과 펌프장, 저류시설 등을 정비하고, 인공지능 홍수 예측의 정확도를 개선하는 한편 스마트 유량관측시설과 수위관측소 등 인프라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농작물 재해위험지도 작성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 지난해, 전 세계도 더웠다…WMO, "기후변화로 이상기후 심해질 것"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세계기상기구 WMO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을 역대 가장 더웠던 해로 분석했습니다. 전 지구 연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023년 1.45도, 2024년 1.55도, 2025년 1.44도 상승했습니다.
WMO는 또 가파른 기후변화는 미국 LA 대형 산불·일본 폭설·파키스탄 대홍수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이상기상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가뭄, 집중호우 등 종합적인 기후재난에 직면했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기상청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함께 매년 이상기후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발간된 보고서는 국가의 기후변화 관련 대응 정책이나 농업, 환경, 산림 등 다양한 분야의 기후위기 영향 평가 등에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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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흠 기자 (hm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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