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추천 여행지

한여름 직전, 도심의 공기는 점점 뜨거워지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조용한 곳을 찾는다. 계절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삶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정체된 듯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수록 발걸음은 멀지 않은 자연을 향하게 된다. 시간을 들여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도시 한복판에서도 고요하고 깊은 여름의 풍경을 품은 공간은 분명 존재한다.
연꽃이 천천히 피어나는 사찰의 연못, 그 위로 스치는 바람, 잎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꽃봉오리. 이른 계절의 연못은 말없이 모든 준비를 마친 듯 담담하고 고요하다.
사람 소리는 멀고 바람과 종소리만 오가는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그 풍경 속에 묘한 설렘이 깃든다.

그 모든 정적과 생기가 공존하는 풍경이 6월 말,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에서 시작된다. 오래된 기와와 수려한 연꽃이 어우러지는 봉원사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봉원사
“6월 말 서울에서 연꽃 보는 방법”

‘봉원사’는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 안산 자락에 터를 잡은 한국불교태고종의 총본산이다. 신라 진성여왕 3년인 889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이 사찰은 당시 ‘반야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세워졌다.
이후 고려 공민왕 대에 보우에 의해 크게 중창되었고, 조선 초기에는 태조 이성계가 삼존불을 조성해 봉안하며 불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사찰이기도 하다.
특히 태조 사후에는 그의 초상까지 봉안되었다고 전해지며, 봉원사는 오랜 역사 속에 수많은 시대의 흔적을 품고 있다.
이 절은 한때 지금의 연세대학교 자리에 있었으나, 조선 영조 24년인 1748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사찰은 전란과 소실, 중창을 거듭했지만, 여전히 서울 도심 속에 깊은 고요를 품은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매년 6월 말이면, 그 고요한 풍경 위로 수려한 연꽃이 피어나며 또 다른 계절의 얼굴을 드러낸다. 연못을 채우는 연꽃의 색감과 절의 곡선은 따로 꾸미지 않아도 한 폭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도심 한가운데 있지만 봉원사에 들어서면 시끄러운 시간과는 거리가 먼 감각이 펼쳐진다. 지금은 아직 연못이 잠잠하지만 곧 피어날 연꽃의 움직임이 이 공간을 다른 온도로 바꿔놓을 것이다.
굳이 카메라를 들지 않아도 단순히 걷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운을 남긴다.

여름의 문턱, 꽃이 피기 전 그 찰나를 기다리는 일에는 조용한 사찰만큼 잘 어울리는 장소도 드물다. 꽃잎 하나 펼쳐지는 속도마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 봉원사에서 6월의 끝자락을 맞이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