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 먹튀 논란?" 박정아, 페퍼 시절 3년의 실패를 인정하고 '백의종군' 택한 이유

프로배구 역사상 최고액인 7억 7,500만 원을 받으며 페퍼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 팬들은 박정아가 팀의 ‘구원 투수’가 되어주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가장 큰 실망은 ‘클러치 박’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승부처 결정력 부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페퍼의 고질적인 리시브 불안과 세터진의 흔들림 속에서 박정아의 공격 성공률은 곤두박질쳤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범실이 나오거나 블로킹에 가로막히는 장면이 반복되었습니다. 팬들은 “리그 최고 연봉자가 위기에서 팀을 구하지 못한다면 누가 하느냐”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비력 또한 팬들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팀 전력이 약할수록 에이스가 조금 더 수비에서 버텨주길 기대했지만, 박정아의 고질적인 약점인 리시브는 상대 팀들의 집중 타겟 서브 표적이 되었습니다. 리시브 라인이 붕괴되자 팀 전체의 리듬이 깨졌고, 공격에 전념해야 할 에이스가 수비에서 먼저 흔들리니 팀 성적은 만년 최하위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신생팀이자 어린 선수들이 많은 환경에서 베테랑으로서 팀의 구심점이 되어줄 ‘에이스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었습니다. 연패가 길어질 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파이팅 대신 가라앉은 표정을 보이는 모습은 팬들에게 책임감 부족으로 비치며 실망감을 더했습니다.

결국 폭발한 것은 구단의 재정난이었습니다. 2026년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들려온 페퍼저축은행의 심각한 재정 위기 소식은 배구계를 뒤흔들었습니다. 구단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페퍼는 결국 고액 연봉자 정리를 결정했고, 그 타겟은 팀의 에이스인 박정아와 이한비였습니다. 페퍼는 이들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으로 방출하듯 이적시켰습니다. 팀의 상징이었던 이한비는 연봉 1억 원에 계약한 뒤 현대건설로 떠났고, 박정아는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정팀 한국도로공사로의 복귀를 확정 지었습니다.

이번 이적은 사실상 페퍼의 ‘해체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큼 급작스러웠습니다. 박정아 입장에서는 팀의 재정 위기가 본의 아닌 이적의 계기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짓누르던 고액 연봉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7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며 최하위에 머무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뒤로하고, 그녀는 이제 ‘조건’이 아닌 ‘환경’을 찾아 떠나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박정아가 도로공사와 맺은 총보수 1억 8,000만 원(연봉 1.5억, 옵션 0.3억) 계약은 이번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핵심입니다. 이전 연봉 대비 무려 6억 원 가까운 금액을 삭감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단순히 팀을 옮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백의종군’의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리그 최고 연봉자라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평범한 수준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것은, 본인 스스로도 페퍼에서의 시간이 실패였음을 인지하고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겸허히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제 박정아에게 남은 것은 명예 회복뿐입니다. 7억 원이라는 고액 연봉의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오직 경기력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외나무다리에 섰습니다. 자신을 가장 잘 활용하는 김종민 감독 체제하에서, 수비가 강한 도로공사의 시스템 속으로 들어간 그녀는 이제 다시는 리시브 불안이나 결정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기 위해 독기를 품고 준비할 것입니다. 자존심 대신 실리를 택한 그녀의 선택이 과연 차가웠던 팬심을 다시 따뜻한 박수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가 2026-2027 시즌 최고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사실 박정아 선수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연봉 75%를 삭감하며 복귀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이건 본인도 정말 ‘쪽팔려서 못 살겠다’는 오기가 발동한 거거든요. 돈으로는 이미 벌 만큼 벌었으니, 이제는 배구 인생의 마지막 자존심을 찾기 위해 본인의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한 셈입니다.

도로공사 입장에서는 1.8억으로 이런 급의 에이스를 데려온 건 사실상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습니다. 박정아 선수가 예전처럼 리시브 면제를 받고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판이 깔린다면, 우리가 알던 그 무서운 ‘클러치 박’이 다시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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