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번다고 당장 큰돈을…정작 필요한 동네 식당엔 그림의 떡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2023. 6. 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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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최근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으로 외식업계가 서빙로봇, 무인주문기(키오스크·태블릿PC) 등을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영세한 소규모 식당들은 이 같은 디지털 전환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80만 개가 넘는 식당 가운데 서빙로봇을 도입한 곳은 여전히 1% 남짓이고, 무인주문기 보급률은 매출 규모가 작을수록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3071개 식당을 대상으로 사업장 내 무인주문기 사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 매출 5억원 이상의 식당은 무인주문기 보급률이 12.9%에 달한 반면 월 매출 5000만원 미만의 식당은 그 비율이 5.2%로 훨씬 낮았다. 또 기업이 가맹사업을 통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장의 경우 무인주문기 사용률이 9.7%로 전체 평균(6.1%)보다 높았지만, 비프랜차이즈 사업장은 그 비율이 2.7%로 평균에도 못 미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빙로봇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테이블 오더(자리에서 무인 주문)도 아주 영세한 식당들은 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양극화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영세 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테이블 오더 시스템부터 먼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이나 시각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도 현재는 미비한 상태다. 경기 용인 수지구의 70대 A씨는 “식당에서 태블릿PC로 주문을 해야 한다기에 봤더니 글씨가 너무 작고 화면이 복잡해 한참을 헤맸다. 결국 뒤늦게 식당 점원에게 도움을 청해 겨우 주문을 넣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현 추세에 발맞춰 고령층 디지털 교육을 확대하거나 취약계층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서빙로봇의 경우 현재 외식 사업장에 도입돼 운용 중인 기기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서빙로봇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의 자회사 비로보틱스의 ‘배민 서빙로봇(딜리 플레이트)’이나 브이디컴퍼니의 ‘푸두봇’ ‘벨라봇’ 등은 전부 중국산이다. 딜리 플레이트의 본체는 중국의 젠로보틱스가 개발했고 브이디컴퍼니의 제품은 중국 업체 푸두테크의 서빙로봇을 들여온 것이다.

LG전자의 ‘클로이 서브봇’이나 삼성전자의 ‘삼성 봇 핸디’ 등 국내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서빙로봇도 있지만 고가여서 대형 쇼핑몰이나 호텔, 고급 아파트 등 프리미엄 시장에 국한돼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일각에서 국산 서빙로봇 도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된다. CJ푸드빌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서빙로봇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국내 업체 코가로보틱스가 개발한 국산 서빙로봇을 빕스 매장 3곳에 시범 도입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오는 7월까지 15개 빕스 매장에 총 40대의 코가로보틱스 서빙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로보틱스 역시 중장기적으로 서빙로봇을 국산화하고 수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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