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주인’ 굴곡의 실트론 40년史…그룹 핵심 부상 기대 [두산, SK실트론 인수]
구조조정·시장침체 등 풍파 견뎌내
반도체 호황에 세계적 웨이퍼 제조사로 우뚝
그룹 반도체사업 중심축 부상 전망…밸류체인 확대
![SK실트론 구미 본사 전경. [SK실트론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8/ned/20260528093718141tovp.jpg)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세계적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으로 올라선 SK실트론이 조만간 두산에 공식 인수된다. 이런 가운데 SK실트론의 40여년에 걸친 굴곡진 역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는 연 매출 2조원 규모의 반도체 소재 기업으로 컸지만, 과거에는 업황 침체와 구조조정, 반복된 주인 교체 등을 겪으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회사다. 재계에서는 네 번째 주인을 맞는 SK실트론이 향후 두산그룹의 핵심 반도체 계열사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SK실트론은 현재 전 세계 실리콘 웨이퍼 시장 3위권 업체로 평가된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핵심 기초 소재다. SK실트론은 스마트폰·PC·서버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300㎜(12인치) 웨이퍼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메모리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커지며 웨이퍼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는 분위기다.
특히 두산 입장에선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은 이미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사업을 하는 전자BG와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웨이퍼까지 더해지며 소재부터 후공정까지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향후 SK실트론이 두산의 반도체 사업 전반을 키우는 핵심 축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금의 위상과 달리 실트론의 과거는 순탄치 않았다. 회사의 출발은 1983년 동부그룹(현 DB그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미국 몬산토와 합작해 웨이퍼 업체 ‘코실’을 설립하며 반도체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회사명은 동부전자통신으로 바뀌었지만 합작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원료 수급 문제 등이 터지쳐 생산이 중단되는 일까지 겪었다.
결국 1990년 LG과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회사는 ‘실트론’이라는 새 이름을 달게 됐다. 그러나 LG 체제에서도 시련은 이어졌다. 1999년 정부 주도의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넘어가면서 실트론은 핵심 계열사와 연결고리가 끊겼다. 이후 LG와 사모펀드 간 복잡한 지분 구조와 장기간 소송전, 구조조정 등을 거치며 회사는 오랜 기간 표류했다.
웨이퍼 산업의 진입장벽과 변동성도 부담이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기초 소재지만 일본 신에츠화학과 섬코 등이 시장 절반 이상을 장악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 실트론은 2000년대 후반부터 10년 가까이 매출 정체와 적자를 반복했다. 2013~2014년에는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원가 절감이 이어졌다.
반전은 2017년 SK그룹 인수 이후 찾아왔다. 당시만 해도 웨이퍼 산업 전망은 불확실했고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도 컸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확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AI 확산 등이 맞물리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했고 웨이퍼 수요도 함께 폭증했다. 웨이퍼는 메모리 업황을 평균 6개월~1년 뒤에 따라가는 후행 산업이다. SK실트론은 300㎜ 웨이퍼 경쟁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상위권 업체로 도약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요 정체와 부침도 있었지만 SK 체제에서는 미래 먹거리 투자도 이어졌다. SK실트론은 2020년 미국 듀폰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전력반도체 소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SiC 웨이퍼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용 전력반도체 핵심소재로 꼽힌다. 다만 SK실트론은 미국 미시간 공장과 구미 공장 증설 등에 수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는데,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수익성 부담도 커졌다.
결국 SK그룹이 리밸런싱(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매물로 나온 SK실트론은 다시 새 주인을 맞게됐다. 다만 재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지금의 SK실트론은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과 글로벌 고객 기반을 갖춘 회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여러 고비 속에서도 살아남은 실트론이 두산 체제에서는 그룹의 차세대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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