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인 손맛으로 ‘K럭셔리 가치’ 세계에 알릴 것”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2026. 5. 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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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원 시몬느 패션컴퍼니 대표
럭셔리는 사치 아닌 정성의 가치
시간·전문성에 대한 존경심 중요
채상장 등 무형유산 장인과 협업
한국 공예로 글로벌 시장도 공략

“럭셔리란 사람과 전통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럭셔리 제품을 하이엔드 패션의 사치재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재료를 연구하고 기술을 습득하고 정성으로 쏟아부은 시간과 전문성에 대해 예우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박주원 시몬느 패션컴퍼니 대표가 13일 강남 청담동 시몬느 플래그십 스토어 ‘0914’에서 명품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제조업의 최정점에서 글로벌 명품 하우스들의 비전을 현실로 구현해 온 시몬느 패션컴퍼니의 젊은 리더 박주원 대표가 밝힌 명품 철학이다. 박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서울의 강남의 도산공원 앞에 자리잡은 시몬느 플래그십스토어 ‘0914’의 지하 공방이었다. 화려한 쇼룸과는 거리가 먼 이곳 공방을 “우리만의 실험실”이라고 규정한 박 대표의 요즘 관심사는 우리나라 무형유산 장인들과의 협업이다. 전통 서화에서 볼 수 있는 모란 꽃 문양을 가죽으로 구현한 샘플을 보여준 박 대표는 “핸드백 제조회사이다 보니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실험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인정신에 기반한 한국 공예가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자리 잡을 시점이 왔다고 본다. 요즘 주력 분야는 대나무를 얇고 가늘게 만들어 상자를 제작하는 채상장(蔡箱匠)과 담양의 낙죽장(烙竹匠)과의 협업이다.

“대나무로 만드는 ‘채상’과 가방은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장인의 기술력과 정성은 물론이고 색을 쓰는 방식, 볼드함과 다채로움에 반했습니다. 프랑스의 럭셔리와도 닮아 있죠. 한 신진 디자이너의 파리 패션위크 출품작에 들어갈 부속을 만들면서 시작된 인연이 어느새 시몬느의 중요한 축으로 자라났습니다.”

박 대표는 한국 핸드백 제조자개발생산(ODM) 산업을 일군 박은관 시몬느 창업주 회장의 장녀이다. 1987년 첫 발을 내딛은 시몬느는 마크 제이콥스·마이클 코어스·토리버치·코치 등 미국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을 제작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10%, 미국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반도체 업계의 파운드리에 빗대 ‘핸드백계의 파운드리’로 불린다. 시몬느의 성공 비결에 대해 박 대표는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각과 디자인을 유럽 수준으로 이해해 아시아인의 근면성으로 현실화 시킨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패션 브랜드가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 안착하게 할 중요한 동반자로 한국 공예를 지목했다. 특히 한국의 경쟁력을 동아시아 3국의 문화적 특성과 연계해 자신만의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이 스케일이라면 일본은 디테일이에요. 중국은 압도적인 스케일로 서양 건축과 미술사조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밀어 부치고, 일본은 완벽을 추구하는 완성도에 집착했습니다. 한국은 그 중간에서 스케일과 디테일의 장점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강점이 있어요.”

중학교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난 박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한 뒤 투자은행에서 패션·백화점 섹터를 분석했다.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준비하던 중 여름 방학에 맞춰 한국에 들렀다가 눌러 앉았다. 도산공원 앞 사옥 건립이 한창이던 2017년 무렵의 일이다. 그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집 속의 집’ 컨셉트로 구성했고, 1·2층 가방 매장과 함께 벨기에·프랑스 등에서 수집한 약 40개 브랜드를 큐레이션 한 멀티브랜드 콘셉트숍을 마련했다. 이곳은 K팝 아이돌 패션 스타일리스트들의 성지로 통한다.

박 대표가 정의하는 럭셔리는 가격표가 아니다. “럭셔리란 사람을 귀하게, 전통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로서 정성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게 하고, 그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인은 유난히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능하다.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한다는 말처럼, 정제된 태도로 있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자기 정신 상태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오는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26’ 특별행사 ‘픽셀앤 페인트’에서 ‘공예의 장인정신과 K럭셔리’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 참여한다. 스페인 명품브랜드 로에베재단 공예상의 한국 커미셔너이자 심사위원인 조혜영 큐레이터와 함께 한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 기자 출신의 언론인 켈리 카슬리스가 모더레이터로 이들의 대화를 이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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