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어머니 “열살부터 늘 깊은 생각 잠겨… 작가 되려나 생각”

장상민 기자 2024. 10. 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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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 최초,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오빠 한규호(필명 한동림)는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집 '유령' 등을 펴낸 소설가이며 남동생 한강인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소설을 쓰고 만화를 그리며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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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母 임감오 ‘소설가족의 산실’
“가난에 피아노 살 형편 안돼
종이건반 연주 가슴 아파”
3남매 작가의 꿈 위해 헌신
“노벨상 소식 듣고 심장이 뛰어
매일 가던 아침운동도 못 가”
2007~201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심사 맡아 소설가 한강(왼쪽 두 번째)이 지난 2009년 12월 15일 문화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춘문예 예심 현장에서 작품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신수정 평론가, 한강 작가, 김형중 평론가, 황인숙, 김기택 시인. 김동훈 기자
이상문학상 받은 뒤 엄마와 함께 소설가 한강(왼쪽)이 지난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을 받은 직후 어머니인 임감오 씨와 함께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연합뉴스

아시아 여성 최초,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은 누구인가. 한강은 1970년 11월 전남 광주의 기찻길 옆 셋집, 문인 집안에서 둘째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이 이상문학상 수상작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익히 알려진 소설가 한승원이다. 한강이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뒤에는 지금껏 유일무이한 ‘이상문학상 수상 부녀’가 되기도 했다. 한승원(85) 작가는 슬하에 한강을 포함, 세 자녀를 뒀는데 모두 문인으로 활동 중이니 가히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가족이라 할 만하다. 한강의 오빠 한규호(필명 한동림)는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집 ‘유령’ 등을 펴낸 소설가이며 남동생 한강인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소설을 쓰고 만화를 그리며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문인이 아닌 사람을 꼽자면 한강 작가의 어머니 임감오(83) 씨다. 임 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남편과 3남매를 묵묵히 뒷바라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현 부커상 국제 부문) 수상 이후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교편을 잡던 한승원 작가가 전업 소설가를 선택한 뒤 수입이 신통치 않아 집안 형편이 어려울 때도 불평 없이 자식들의 꿈을 응원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임 씨는 “사회에서 아무리 잘나가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소설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세상에 이름을 남긴다”는 말을 통해 묵묵히 자식들의 꿈을 응원했던 이유를 진솔히 털어놨다.

모친은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말을 아꼈지만, 한강이 2007년 발표한 산문집 속 회상을 통해 그의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조심스레 짐작해볼 수 있다. 그는 산문집에서 “어린 시절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10원짜리 종이 건반을 가지고 피아노를 ‘연주’하곤 했음을 고백했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식을 뒷바라지하려 했던 어머니 임 씨의 헌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 씨는 인터뷰 도중 한강 작가의 유년시절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강이는 어려서부터 한눈팔지 않고 알아서 공부를 잘했다”며 “열 살이 넘어서는 늘 뭔가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이 소설가가 되려나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 한 번 딸에게 ‘강요’를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영문과를 가도 소설을 쓸 수 있을 테니 기왕이면 영문과를 가라고 했다”며 취업을 걱정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한강은 이후 국문과에 대한 고집을 접지 않았고, 연세대 국문과에 수석 입학했다. 한승원 작가는 “아내는 가족소설 공장의 공장장”이라며 아내의 헌신을 향한 무한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임 씨는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에 너무 기뻐 잠도 못 잤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운동을 가는데, 오늘은 뛰는 심장에 운동도 가지 못했다”고 진정되지 않는 기쁨을 표했다.

한편 한강은 2007∼201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의 심사를 맡기도 했다. 당시 한 작가는 “전체적으로 투고작들의 수준이 높아 함부로 버릴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평하며 “주제와 소재, 형식 면에서 살펴보면 판타지, 과학소설(SF), 칙릿 등 몇 년째 유행하던 경향이 사라지고 문학의 본질로 돌아가 현실의 문제를 무겁고 진지하게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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