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ENA 드라마 '클라이맥스'의 하지원 배우를 만나다

드라마 ‘클라이맥스’에서 위태로운 톱배우 ‘추상아’로 분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인 배우 하지원을 만났다. 데뷔 30년 차,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배우임에도 이번 작품은 유독 그녀에게 처절하고도 뜨거웠던 기록으로 남았다. 뼈를 깎는 감량부터 인물의 밑바닥 감정까지 훑어낸 하지원을 직접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클라이맥스’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들과 결이 많이 달라서 그런지 주변에서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 모든 장면이 쉽지 않았고, 추상아라는 인물이 여러 선택을 거치며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이제야 비로소 상아를 보내주는 기분이라 시원섭섭하다.
-극 중 ‘거식증을 앓는 톱배우’ 설정을 위해 외형적으로 큰 변화를 줬는데.
감독님께서 상아가 예민하고 날카롭지만, 동시에 아주 철저히 관리된 배우의 몸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특히 슬립을 입었을 때 몸에 붙지 않고 넉넉해 보일 정도의 ‘마른 핏’을 원하셨다. 나는 원래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근육을 빼는 게 정말 힘들었다. 거의 걷지도 않고 스트레칭 위주로 관리하며 50kg에서 45kg까지 감량했다.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고통스러운 역할이었을 것 같다.
상아의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실제로 거식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했다. 음식을 넘기기 힘든 순간들이 찾아왔고, 그 심리적 불안함이 연기에 그대로 투영됐다. 배우로서 배우를 연기한다는 것이 이토록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가슴 아픈 일인지 이번에 새삼 느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어떤 대목이었나?
대중의 사랑을 유지하고 살아남기 위해 상아가 내린 선택들이 결국 그녀를 불완전한 존재로 만드는 과정이 너무 슬펐다. 환경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이 변해가는 지점이 배우로서 남 일 같지 않아 눈물이 났다. 동료 배우로서 상아를 지켜보는 마음이 그저 불쌍했다.

-극 중 ‘연기 못 하는 배우’를 연기하는 이른바 ‘발연기’ 장면이 화제였다.
정말 어려웠다. (웃음) 감독님과 촬영하면서도 추상아 특유의 미묘하고 서툰 느낌이 살지 않아 “다시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여러 번 찍었다. 표정 하나하나에 여러 의미를 꼬아 넣어야 해서 고생을 많이 한 장면이다.
-이번 작품을 하며 과거 영화 ‘형사 Dualist’ 때의 열정이 떠올랐다고.
맞다. 영화 ‘형사’를 찍을 때 매일 발차기 1,000번씩 하고 탱고를 배우며 내 몸이 변해가는 걸 느꼈던 그 치열함이 이번에도 찾아왔다. 당시 이명세 감독님께서 “배우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뭐든 요구하라”고 하셨던 말씀이 이번 ‘클라이맥스’의 극한 상황을 버티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늘 나 자신과 싸우며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다.

-주지훈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지훈 씨는 워낙 베테랑이고 센스가 넘친다.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면서도 현장에서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스타일이라 의지가 많이 됐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우애에 가까운 복잡미묘한 관계였지만, 연기 합이 너무 좋아서 촬영 내내 즐거웠다.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신을 꼽는다면?
추상아 특유의 미묘한 감정을 표정 하나로 설명해야 했던 모든 클로즈업 신들이다. 특히 감정적으로 바닥을 치는 장면에서는 촬영이 끝나고도 한동안 제자리로 돌아오기가 힘들었다. 체력적으로는 45kg 상태에서 액션이나 감정 소모가 큰 장면을 소화하는 것이 고비였다.

-최근 유튜브 예능 ‘26학번 지원이요’에서 보여준 ‘새내기 대학생’ 모습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웃음) 유튜브에서는 본명 ‘전해림’으로 돌아가 톱스타 타이틀을 내려놓고 26학번 신입생으로 살고 있다.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나 진짜 학생 같다”며 좋아하던 해맑은 모습이 실제 내 본모습에 가깝다면, ‘클라이맥스’의 상아는 내가 가진 가장 어둡고 예민한 부분을 꺼내어 쓴 결과물이다. 20대 때 입학했을 때와 지금은 느낌이 너무 다르고 즐겁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신인의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셨다고 들었다. 우리에게는 '형사'같은 전설의 영화를 남기신 베테랑 배우인데, 어떻게 해서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신건가? 현재 위치에서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를 보신다면?
전작인 영화 '비광'이라는 작품이 오랫동안 공개가 밀리면서 고민을 많이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이고 내가 배우로서 뭘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연기 활동을 돌아봤는데, 흥행적으로 잘된 작품도 있고, 반성해야 할 작품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클라이맥스'는 나에게 신인처럼 다가온 작품이었고, 책임감도 많이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예를들면 내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면 그건 취미지만, 전시회에 나가게 되면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연기 활동도 그런것이다. 내가 추상아를 잘 표현해야 하는 책임감이 이 작품에 담겨있다. 지금이 그런 고민들이 많이 담겨있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