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 없었지만, '축구도사' 이재성이 있었다[심재희의 골라인]
손흥민 빠진 홍명보호 구세주로 우뚝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간혹 축구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공을 잘 차는 것과 축구를 잘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곧바로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세히 생각하면 맞는 이야기다. 공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게 축구지만, 그 공을 골로 연결하고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서 '오프 더 볼'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축구를 잘해야'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홍명보호가 10월 A매치 2연승을 올렸다. 사실 불안한 전망이 꽤 나왔다. 9월에 치른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했지만, 홈에서 팔레스타인과 득점 없이 비기는 등 아직 여물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 이번 두 경기에는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주장' 손흥민이 빠졌다. 공격 파괴력과 결정력 저하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다들 알다시피 홍명보호는 10월 A매치 2연승을 올렸다. 원정에서 요르단을 2-0으로 꺾었고, 홈에서 이라크를 3-2로 물리쳤다. 쉽지 않은 연속 승부에서 승점 6을 따냈다. 덕분에 4라운드까지 3승 1무 승점 10을 적어내며 조별리그 B조 선두로 올라섰다. 손흥민이 없었지만, '숨은 해결사' 이재성이 존재감을 드러냈기에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재성은 축구를 잘하는 선수다. 축구 선수니 당연히 축구를 잘하겠지만, 선수 중에서도 축구를 잘한다고 꼽힌다. 축구 센스가 좋고 전술 이해도가 높다. 중앙 미드필더, 윙어, 섀도 스트라이커, 윙포워드,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다. 팀이 처한 상황과 공격 혹은 수비 중심의 기본에 따라 변화할 줄 안다. 단순한 멀티 플레이어 이상의 경기 소화력을 보인다.
이재성이 축구를 잘한다고 평가 받는 가장 큰 원동력은 '공간 장악력'이다. 활동량과 폭이 매우 넓어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닌다. 애초부터 '해버지' 박지성과 비교될 정도로 종횡무진 좋은 활약을 보였다. 거기에 왼발을 중심으로 수준급 드리블 능력을 갖추고 있고, 슈팅력과 골 결정력도 나쁘지 않다. 우리 팀에 여러 측면에서 에너지를 불어넣고, 상대를 매우 귀찮게 한다.
이번 중동 팀과 2연전에서는 해결사로 거듭났다. 두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올렸다. 요르단과 이라크를 상대로 연속 결승골을 낚았다. 180cm로 키가 그리 크지 않지만, 절묘한 공간 장악과 정확한 헤더로 2골을 잡아냈다. 4-2-3-1 전형의 2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섀도 스트라이커로서 홍명보호 공격을 이끌었다. 윙포워드, 원톱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고,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리며 승리 주역이 됐다.
1992년생으로 어느덧 32살이다. 손흥민과 동갑내기다. 손흥민만큼 공을 잘 차진 않지만, 손흥민에 못지않은 축구 지능을 갖추고 있다. 오랫동안 대표팀에 계속 포함되는 이유다. 공을 중심으로 보이는 플레이보다 공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곳에서 더 위력적으로 움직이고 찬스를 연다. '축구도사'라고 불리는 게 과장이 아님을 계속 증명하고 있다.
아주 빠르지도 않고, 피지컬이 훌륭하지도 않다. 기술과 슈팅력 등이 빼어나지도 않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간혹 팀을 짜서 공을 찰 때면, 화려하지 않지만 훌륭한 플레이어가 종종 보인다. 우리 팀에 있으면 잘 보이지 않지만, 상대 팀으로 가면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그런 존재. 그래서 더 매우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축구도사. 바로 그런 '축구도사' 이재성이 대내외적으로 힘든 순간에 놓였던 홍명보호에 희망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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