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서 뉴발란스를 연매출 1조원의 브랜드로 성장시킨 이랜드월드가 뉴발란스와 '연착륙 이별'을 준비한다. 올해 만료되는 라이선스 계약을 일단 오는 2030년까지 연장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뉴발란스 본사가 2027년 한국법인을 설립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이후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발란스 매출이 패션 사업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랜드가 수년 내 이를 대체할 새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이랜드그룹에서 패션 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본사의 뉴발란스 한국법인 설립이 확정되면서 독자적인 국내 사업 준비에 돌입할 방침이다.
뉴발란스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중 매출 7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아디다스, 노스페이스와 함께 ‘빅3’로 자리 잡았다. 이에 뉴발란스 본사는 한국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고려해 직진출을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통상 한국 시장에 라이선스 형태로 먼저 들어온 후 매출 1000억원을 넘으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직진출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며 "뉴발란스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뉴발란스는 이랜드월드 패션 부문 '캐시카우'다. 지난 2023년 이랜드월드의 패션 부문 매출 3조2449억원 중 뉴발란스의 비중은 28%였다. 이에 따라 이랜드로서는 뉴발란스의 공백을 대체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뉴발란스의 공백을 메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패션 업계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새 해외 브랜드를 발굴해도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뉴발란스처럼 계약 종료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1994년 푸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2007년 연매출을 1800억원까지 끌어올렸으나, 2008년 푸마의 직진출로 관련 부문 매출이 1110억원에서 340억원으로 급감한 바 있다.
물론 자체 브랜드 육성이라는 정답이 있으나 신발이 스포츠 브랜드의 전체 매출을 좌우하는 최근 트렌드를 감안할때 뉴발란스 같은 대어급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나이키·아디다스·뉴발란스 등 주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전체 매출 중 약 70%가 신발에서 나와 이 카테고리의 경쟁력이 곧 브랜드의 시장 경쟁력이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신발 브랜드 '슈펜(SHOOPEN)'은 가성비를 앞세운 패션슈즈 중심의 사업모델을 갖췄으나 뉴발란스처럼 스포츠·퍼포먼스슈즈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것은 아니며, 기능성운동화나 퍼포먼스러닝화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뉴발란스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특히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경쟁력 있는 자체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