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ADHD,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
-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일반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어
- 급변하는 사회 환경이 ADHD 증가의 원인일 수도
- 개인의 문제이면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중요
최근 들어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추세와 함께 ADHD 진단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은 사람들이 ‘ADHD가 무엇인지 안다’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알고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ADHD라는 단어를 알고, 그것이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라는 질환의 약자라는 것을 아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단어를 아는 것만으로 그 질환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성년자 ADHD 환자 수는 약 11만8천 명이며, 성인 ADHD 환자 수는 약 8만8천 명이다. 전체 인구 중 대략 20만 명이 ADHD 환자라는 의미다. 2019년 7만여 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정도면 주위에 한두 명쯤 ADHD 환자가 있을 수도 있다. 아직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면, 이제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ADHD는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증상을 보이는 것일까? 왜 최근 들어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을까?
ADHD는 무엇인가?
주의력 결핍, 그리고 과다행동. ADHD의 질환명에 명시돼 있다. 주의력 결핍이란 흔히 ‘집중력 부족’이라는 말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차근차근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 나타난다. 세부적인 사항을 무시하거나 기억하지 못해, 흔히 말하는 ‘디테일’에서 약한 경향을 보인다.
과다행동은 비교적 잘 드러난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거나, 말이 지나치게 많다거나 다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드는 등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다소 정숙해야 하는 분위기에서도 과도한 활발함을 보이는 경우도 포함된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충동성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주위에서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혹은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너무 흔한 증상이라서 모르고 지나쳤던 건 아닐까 싶을 수도 있다.
일단 과도한 걱정은 접어두자. ADHD의 증상들은 일반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이다. 보통 정신질환의 대표 증상들은 일반인에게서도 조금씩은 나타나는 증상들인 경우가 많다. 편집증이나 강박증이 대표적이며, 우울이나 불안 또한 자연스러운 감정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증상들이 과도하게 심각한 경우에만 질환으로 진단한다. ADHD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DSM-5(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5판)에 명시된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ADHD에 해당한다.
‘색안경 감소’로 환자 수 급증?
201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ADHD 유병률은 대략 5~7% 수준을 유지해왔다. 성인 ADHD 유병률 또한 3~5% 수준이다. 미국은 2022년 기준 11.4%로 알려졌으며, 스웨덴의 경우는 남자 어린이 10.5%, 여자 어린이 6%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널리 알려진 선진국의 추세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도 20만 명이라는 환자 수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수준이다. 5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세계 각국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가장 흔한 이유로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다른 정신질환들이 으레 그렇듯, ADHD 역시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여전히 그런 편견과 선입견은 남아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훨씬 덜해진 것이 사실이다.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정식 진단을 받고 치료를 결심하게 하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라면 차라리 다행이라 할 것이다. ADHD 진단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DSM-5의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환자다.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있는 증상이 없는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꽁꽁 숨겨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보다, 드러내서 치료를 받는 편이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에 더 이득이다.
학습 환경의 빠른 변화, 과부하 유발
ADHD는 본래 어린이나 학생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ADHD의 원인일 수 있다. 중년 이상의 성인들은 물론, 현재 청년에 해당하는 성인들 관점에서 보더라도 어린이들의 학습 환경은 낯설다. 한 반의 학생 수, 디지털 기기의 보편화 같은 물리적 환경 뿐만 아니라 교수법과 학습법, 교육에 사용되는 콘텐츠 등이 과거와는 다르다.
이러한 변화는 ‘학습 환경’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다. 어린이와 학생들은 단순히 책과 노트, 필기도구를 주로 사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ADHD의 특성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서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그런 특성을 몇 가지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면? 환경 적응이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학습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진다’라는 말이 있듯, 실제 생활양식 자체가 더욱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학습 환경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어린이와 학생들 사이에서 ADHD가 늘어나는 이유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과부하를 일으킨 결과일 수 있다.
심화된 다양성, ‘성과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
성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사회생활 전선에 뛰어든 성인들은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 된다. 가장 보편적인 ‘사회적 기준선’이라 하면, 직장에서의 ‘성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익숙하고, 한 직장에서 연공서열에 따라 대우를 받는 사례가 비교적 흔했다. 현재는 어떤가?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흐릿해졌고, 스스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대다. 이 과정에서 ‘성과’는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다.
게다가 현대사회는 ‘다양성’이 심화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척 많기 때문에, 때로는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무수한 선택지 사이에서 수많은 기회비용을 감수해가며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 이 또한 ADHD를 유발하는 한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복잡한 현대사회에 동반되는 여러 문제 중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정신건강이 사회 전체에 걸친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과도 연결돼 있다. 실제로 ADHD는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학습장애 등 여러 정신건강 문제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또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왜 ADHD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모든 정신질환이 그렇듯, ADHD 역시 치료되지 않으면 점점 심각해질 수 있다. 주의력이 부족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잃어간다. 충동적인 행동은 지나고 난 뒤 후회를 남길 가능성을 높인다. 과도한 활동성은 사회생활 및 대인관계에서 트러블을 일으킬 우려를 낳는다.
이들 모두는 개인의 삶의 질 문제와 직결된다. 자신의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고, 후회할 일이 많으며, 사람들과 다투고 감정 소모할 일이 많아진다면 누구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사회적으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트러블이 잦아진다면 당사자 외에 주변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상황을 목격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ADHD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는 나이에 상관없이 공통된 사항이다. 다만, 아동의 경우 학업 성취도와 교우 관계,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도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어린 시절의 ADHD가 치료되지 않으면 성인이 돼 가는 과정에서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ADHD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이는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ADHD에 대한 정확히 이해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올바른 인식이 확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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