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점포 무단출입한 건물주..대법 "퇴거 의사 밝혔다면 건조물침입 아냐"

하상렬 2022. 8. 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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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만료 前 영업 중단..건물주에 점포 열쇠 맡겨
점포 집기물 폐기하면서 임차인이 고소
1·2심 "재물손괴·주거침입 유죄..벌금 200만원"
대법서 파기환송 "평온 침해 안돼 주거침입 아니다"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임대 기간 만료 전 영업을 중단한 가게에 집기를 철거하기 위해 무단출입한 건물주에게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신규 임차 희망자가 있을 때 출입문을 열 수 있도록 건물주에게 열쇠를 맡겼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유죄로 판단한 건조물침입죄를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다.

A씨는 자신이 소유한 경기 고양시 소재 한 건물의 2층 점포를 2017년 5월부터 2년간 B씨에게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점포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B씨는 2018년 12월 개인 사정으로 영업을 중단하면서 A씨에게 임차 희망자가 방문하면 점포 출입문 개폐에 사용하도록 열쇠를 맡겼다.

사건은 2019년 3월 25일 A씨가 해당 점포에 들어가 집기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했다. A씨는 점포에 설치된 B씨 소유 프린터, 전기오븐, 커피머신, 주방용품 등 약 1000만원 상당의 집기를 철거했고, 집기 철거를 허락한 바 없는 B씨는 A씨를 고소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범죄사실이 인정됨에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B씨의 물건들을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판단은 1심과 같았다.

항소심은 현장사진 등에 의해 피해물품들의 파손이 인정되는 점, 재물손괴 손해배상 관련 민사소송에서 1000만원에 대한 청구가 인용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건조물침입 혐의에 대해서도 철거 목적으로 이 사건 점포에 들어간 것은 B씨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서 침입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한 A씨는 상고장을 제출했고, 대법원은 하급심들과 판단을 달리했다. 재물손괴죄는 인정하면서도 건조물침입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이 인정되려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판단해야 하지만, A씨는 B씨로부터 출입 허용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가 집기 철거를 목적으로 들어갈 사실을 알았다면 B씨가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란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상렬 (lowhig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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