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공군의 차세대 무인전투기 개발 경쟁에서 탈락한 록히드마틴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수출용 무인전투기 '벡티스(Vectis)'가 전 세계 15개국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첨단 무인기의 심장부에 한국산 엔진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항공전문지 에비에이션위크는 19일 록히드마틴이 벡티스용 대체 엔진으로 한화가 개발 중인 HAF4500 터보팬 엔진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과 폴란드가 벡티스 구매협상에서 가장 주도적인 입장에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공군의 저가 전략에 반기를 든 방산 거인이 선택한 새로운 길,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한국 기술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미 공군 경쟁에서 탈락한 록히드마틴의 반격
미 공군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인 전투기를 '협조 전투기(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CCA)'라고 부르며 차세대 공중전력의 핵심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CCA 1차 조달 경쟁에는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같은 전통적인 방산 거인들이 모두 참여했지만,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최종 선정된 것은 제너럴아토믹스의 YFQ-42A였고, 록히드마틴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죠.

록히드마틴은 탈락 이후 자신들의 제안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우리의 제안은 공군에게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을 만든다는 신념에서 태어났으며, 공군이 제시한 요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하면서도,
"그러나 공군은 생존 가능성을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제안은 불필요한 부분에 금도금을 실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록히드마틴의 비판은 더 날카로워집니다. "현재의 CCA는 생존 가능성을 경시하고 있어 어떤 재정적으로 파탄을 맞을 것"이라며, "미 공군은 CCA 조달에 1기당 1,500만~2,000만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지만, 운용 분석 결과 '80% 이상이 미귀환'이 되는 시나리오에 직면하면 현행 CCA를 재고할 때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록히드마틴은 미 공군의 '저렴하지만 소모를 전제로 한 시스템' 전략이 실전에서는 오히려 비용 대비 효과가 나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자 노선으로 전환한 벡티스 프로젝트
미 공군 경쟁에서의 패배를 딛고 록히드마틴은 올해 9월 대담한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미 공군 제안을 전제로 하지 않은 국제시장용 독자 CCA인 '벡티스'를 2027년 말까지 첫 비행시키겠다는 계획이었죠.
이는 세계 최대 방산기업이 미국 정부의 요구사항을 따르기보다 국제시장에서 자신들의 기술철학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벡티스는 록히드마틴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CCA의 모습을 구현한 기체입니다.
미 공군이 요구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생존성에 대한 록히드마틴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EW 시스템 등 다른 대항수단은 고급 스텔스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 대체 수단이 아니다"라는 록히드마틴의 주장처럼, 벡티스는 첨단 스텔스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생존성 중심의 설계를 채택했습니다.
록히드마틴의 전략은 적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측은 "벡티스 구매에 대해 협의 중인 국가가 15개국이며, 그중에서도 2개국이 구매협상에서 주도적인 입장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CCA 컨셉이 '소모를 전제로 한 저렴한 시스템'에서 'F-35의 25~50% 가격으로 소모도 가능하지만 생존성도 갖춘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록히드마틴의 비전이 많은 국가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한화의 HAF4500 엔진이 유력한 대체 엔진 후보로
벡티스의 초도 비행은 윌리엄스인터내셔널의 FJ44-4A 엔진을 탑재하고 실시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에비에이션위크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생산 가용성이 더 높고 무인기나 CCA용으로 특별히 설계된 대체 엔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최유력 후보가 바로 한화가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인 터보팬 엔진 HAF4500입니다.

HAF4500은 추력 4,000~4,500파운드에 100kW의 발전 능력을 갖춘 차세대 터보팬 엔진입니다.
무인기와 CCA 같은 차세대 무인전투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어, 기존 민항기용 엔진을 개조한 FJ44-4A보다 벡티스의 운용 요구사항에 더 적합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무인 전투기에 필수적인 높은 발전 능력과 신뢰성, 그리고 생산 가용성 측면에서 HAF4500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록히드마틴이 FJ44-4A의 한계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회사 측은 "FJ44-4A로는 M0.8~0.85가 속도의 한계"라고 밝혔는데, 이는 현대 공중전에서 요구되는 기동성과 반응속도를 충족하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반면 HAF4500은 처음부터 고성능 무인전투기를 목표로 설계되고 있어, 더 높은 속도와 기동성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과 폴란드가 구매 협상을 주도
에비에이션위크는 "한화의 HAF4500 공급은 벡티스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고객의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며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록히드마틴은 한국에 더해 폴란드와도 차세대 무인기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에비에이션위크는 벡티스 구매 협의에서 주도적인 입장에 있는 두 국가가 바로 한국과 폴란드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국이 벡티스에 강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합리적입니다.
한국 공군은 이미 F-35A를 운용하고 있으며, 국산 KF-21 전투기도 개발 중입니다.
이러한 유인 전투기들과 협력할 수 있는 첨단 무인전투기를 확보하는 것은 한국 공군의 전력 증강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죠. 더욱이 벡티스에 한국산 엔진이 탑재된다면,
기술 협력과 산업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도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KF-21용 무인편대기를 개발중이여서 록히드마틴에서 무인기를 도입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폴란드 역시 최근 대규모 방산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과 긴밀한 방산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등을 대량 도입한 폴란드가 한국산 엔진을 탑재한 미국산 무인전투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특히 폴란드는 NATO 회원국으로서 상호운용성을 중시하는 동시에, 자국 방산 생태계 육성에도 관심이 많아 한국-미국-폴란드 삼각 협력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의 전략적 선택과 한국 방산의 위상
록히드마틴이 한화의 엔진을 벡티스의 대체 엔진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세계 최대 방산기업이 한국의 엔진 기술을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항공기 엔진은 방산 기술의 정점으로 꼽히는 분야이며, 극소수 국가만이 독자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화가 개발 중인 HAF4500이 록히드마틴의 차세대 무인전투기에 탑재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엔진 기술이 세계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둘째, 록히드마틴의 선택은 순수하게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입니다.
HAF4500은 무인기와 CCA를 위해 설계되고 있어 생산 가용성과 운용 효율성이 높으며, 한국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공급망 안정성이 중요해진 현 시점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신뢰성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파트너인 것이죠.
셋째, 이는 한국 방산의 글로벌 위상 변화를 보여줍니다.
과거 한국 방산은 주로 완제품 수출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핵심 부품과 하위시스템 공급자로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화의 엔진이 록히드마틴의 플랫폼에 통합된다면, 이는 한국 방산이 글로벌 방산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입니다.
무인전투기 시장의 새로운 지형과 한국의 기회
벡티스를 둘러싼 움직임은 무인전투기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 공군의 저가 전략에 반대한 록히드마틴이 독자 노선을 선택하고, 15개국이 관심을 보이며, 한국산 엔진이 핵심 후보로 떠오르는 이 상황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 '저렴하지만 소모 가능한' CCA 개념이 '적정 가격에 높은 생존성을 갖춘'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록히드마틴의 지적처럼, 80% 미귀환율을 감수하는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재정적 파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록히드마틴의 생존성 중심 철학에 공감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무인전투기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둘째, 국제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플랫폼 기술, 한국의 엔진 기술, 그리고 다양한 운용국의 요구사항이 결합되어 진정한 의미의 국제 공동 프로그램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폴란드가 주도적 구매국으로 거론되는 것은, 전통적인 미국-유럽 중심의 방산 협력 구도에 새로운 축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셋째, 한국에게는 방산 수출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할 기회입니다.
완제품 수출뿐 아니라 핵심 부품 공급자로서 글로벌 방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아가 공동 개발과 기술 협력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HAF4500이 벡티스에 탑재되어 15개국에 수출된다면, 이는 한국 방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부품 수출 사례가 될 것입니다.
록히드마틴의 벡티스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2027년 말 첫 비행이 예정되어 있고, 한화의 HAF4500은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3년간 기술 개발과 협상이 진행되면서 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한국 방산이 세계 최고 수준의 무인전투기 프로그램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기회를 잡았으며, 이는 한국 방산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