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된 폭스바겐 ID.4와 아우디 Q4 e-트론에 탑재된 드럼 브레이크가 논란이다. 뒷바퀴에 드럼 브레이크가 장착됐는데, 이를 두고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과 전기차의 특성상 괜찮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두 의견 모두 일리는 있다. 요즘 나오는 경차는 물론, 대형 상용차에도 디스크 브레이크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드럼 브레이크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같기도 하다. 전기차는 더 무거운 만큼 강력한 제동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반면, 전기차는 회생 제동이라는 보조 수단이 있으니 드럼 브레이크로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성능만 충분하면 비용 절감 및 환경 보호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과연 전기차와 드럼 브레이크는 만나지 말아야 할 조합이었던 걸까? 모터그래프가 직접 실험해봤다.
# 그래서 드럼 브레이크가 뭔데?
드럼 브레이크는 말 그대로 드럼을 이용한 브레이크다. 차축에 브레이크 드럼이 붙어있고, 드럼 안쪽으로 브레이크 패드 역할을 하는 '브레이크 슈'가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슈가 확장되며 바깥쪽의 드럼(라이닝)과 마찰해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드럼 브레이크의 장점은 '자기 배력' 덕분에 제동력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또한, 특유의 폐쇄된 구조 덕분에 외부 먼지나 오염물질에 노출되지 않아 소모품 교체 주기가 길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단점으로는 폐쇄된 구조가 열 배출을 방해하고, 브레이크 슈 마찰로 생기는 분진을 배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 폭스바겐그룹은 "회생제동이 보조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드럼 브레이크 적용이 문제 없다"면서 "회생 제동이 더 많이 쓰이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열 받을 일도 없고, 분진이 많이 생기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 드럼 브레이크, 정말 위험할까?
실험에 사용된 차량은 후륜에 드럼 브레이크가 탑재된 폭스바겐 ID.4와 디스크 브레이크가 탑재된 폴스타2다. 방법은 간단하다. 100km/h에서 반복해서 급제동을 실시해 완전히 멈춰서는 데까지 걸린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다.
실험 당일 외부 온도는 약 11℃였고 노면 온도는 15℃를 기록했다. 우선, 드럼 브레이크가 적용된 ID.4를 먼저 테스트했다.

100km/h에서 ABS가 작동할 정도로 10차례 풀 브레이킹을 한 결과 1차 시도에서 가장 짧은 31.7m 만에 차량이 멈춰섰고, 9차 시도에서 가장 긴 33.5m 만에 멈춰섰다. 평균 제동거리는 32.7m, 가장 좋았던 기록과 안 좋았던 기록의 차이는 1.8m로 나타났다. 마지막 실험 직후 앞브레이크 온도는 최대 145℃, 뒷브레이크 온도는 최대 95℃까지 올라갔다.
다음은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된 폴스타2를 테스트했다. 폴스타2는 3차 시도에서 31.5m로 가장 짧은 제동거리를 보였고, 마지막 10번째 시도에서 가장 긴 33.4m를 기록했다. 폴스타2의 평균 제동거리는 32.6m, 최고 기록과 최저 기록의 차이는 1.9m다. 브레이크 온도는 앞쪽이 최대 205℃, 뒤쪽이 155℃까지 높아졌다.
급제동을 거듭할수록 두 차량 모두 멈추는데 필요한 거리가 늘어났다. 드럼 브레이크가 디스크 대비 약간 더 증가했지만, 차이는 겨우 10cm 수준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50km/h에서 급제동을 20차례가량 진행해 브레이크 온도를 상당히 끌어 올린 다음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브레이크가 달궈진 상태에서 100-0km/h 평균 제동거리는 ID.4가 33.2m, 폴스타2가 33.6m로 나타났다. 앞서 브레이크가 달궈지기 전 기록과 비교하면 ID.4는 0.5m, 폴스타2가 0.2m 더 길어졌는데, 이 역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 전기차 드럼 브레이크, 정말 위험한 걸까?
드럼이 장착된 ID.4는 디스크가 달린 폴스타2와 비슷한 수준의 안정적인 제동력을 보여줬다. 반복된 테스트에 제동거리가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우려와 달리 큰 차이는 없었다. 브레이크 온도가 400℃까지 치솟을 정도의 극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일상생활에서는 결코 체감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 드럼 브레이크가 적용된 것이 원가 절감이라는 지적에는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드럼 브레이크가 위험하며 극한 상황에서 제동 성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자동차를 멈춰세우는 주력은 어디까지나 앞브레이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차는 회생 제동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결이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전기차 '끝판왕'들이 경쟁하는 포뮬러E 대회는 내년부터 뒷브레이크가 아예 삭제된 3세대 차량으로 경기를 치르게 된다. 회생 제동 능력이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됐기 때문이다. 일반 양산 전기차에도 뒷브레이크를 안 다는 시대가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