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경찰관이 시민에게 길이라도 알려주는 건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충 기차역 광장 같은데… 사실 이곳은 서울역도, 용산역도 아닌 프랑스 파리에 있는 기차역이다. 유튜브 댓글로 “파리에 파견된 외국 경찰이 공권력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지금 파리에는 올림픽 때문에 전 세계 44개국에서 파견된 2천여 명의 외국 경찰들이 프랑스 경찰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원단이란 이름으로 경찰을 31명이나 보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순찰 근무를 하는 인원은 28명. 이중 절반은 올림픽, 절반은 패럴림픽 기간동안 활약한다고 한다. 이전 올림픽 때도 한국 경찰이 파견된 적은 있지만, 공식 요청을 받고 대규모로 파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국 경찰의 주요 임무는 파리 주요 기차역과 몽마르뜨 언덕 부근을 순찰하는 거다. 음 그럼 순찰하다가 범죄 현장을 목격하면 한국 경찰이 외국인 범인도 막 때려잡고 체포하고 그러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황의열 파리올림픽 안전지원팀장]
“저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파리 안전지원단이에요. 프랑스 경찰의 경찰 활동을 저희가 이제 보조하는 느낌이고요. 그래서 저희가 실질적으로 체포를 한다든지 그 정도는 좀 불가능하고요. 한국인들이 사건 사고 났을 때 통역이라든지 인권 보호 요 정도에 저희가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범인 제압이나 몸수색 같은 물리력 행사는 프랑스 경찰이 전적으로 하고, 한국 경찰들은 주 역할은 그 주변을 감시하는 역할이란 얘기. 현행범을 잡을 순 있지만 즉시 프랑스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우리나라 경찰들은 갈 때 권총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프랑스 내무부와 협의한 내용에 따라 현지에서 지급받은 방탄복과 경찰봉, 수갑만 패용하고 근무한다고. 이러한 경찰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본격적으로 파리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 각국 경찰들이 다 같이 모여 사전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황의열 파리올림픽 안전지원팀장]
“저희도 그렇고 칠레도 그렇고요. 남아프리카 공화국도 와 있는데 하여간 유럽 외 국가들은 대부분 유해성 장비 없이 방어 장비하고 경찰봉, 수갑 이 정도 이제 패용하고 보니까 주변국들 스페인이나 영국 독일 이런 데서 오신 분들은 솅겐 조약 이런 부분 때문에 자기들 무기를 그대로 가져와요. 하지만 어쨌든 똑같이 어떤 프랑스 국민들 상대로 법 집행할 때는 그 사람들도 저희와 똑같이 2선에서 이렇게 보조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뭐야.. 그냥 파리로 놀러 간 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파리 내부 사정을 알면 프랑스 정부가 각국 경찰들을 불러 모은 이유도 납득이 간다. 왜냐하면 파리에서 평생 나고 자란 ‘파리지앵’들조차 소매치기를 당하는 곳일 정도로 치안 상황이 열악하고 심지어 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도심 한가운데서 외국인이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인 1천 5백 명을 대상으로 치안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치안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이니 얼마나 치안이 안 좋은지 알 만 하다. 그래서 파견 나간 경찰들도 아무리 2선에서 보조하는 역할이라지만 모두 정신 빠짝 차리고 근무한다고.
[황의열 파리올림픽 안전지원팀장]
“프랑스 경찰들 하는 말하고 외교부나 또 한인들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면은 확실히 소매치기 줄었다 이 얘기 많이 합니다. 파리가 경찰들이 하도 못살게 구니까 소매치기들이, 니스나 마르세이 같은 프랑스 남부 쪽으로 이동했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요.”
설마...기분 탓이겠지? 파리지앵들이 휴가 때문에 파리를 떠나서인지 프랑스 정부와 경찰들이 눈을 부릅뜨고 안전을 지켜서인지 일단 스쳐도 소매치기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니 일단 믿어보기로 하자.

어쨌든 이렇게 외국 경찰들이 함께 일할 기회가 흔치 않다 보니, 근무하는 동안 서로 음식도 공유하고 장비도 비교해 본단다. 당연히 경찰 문화(?)도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데, 한국 경찰들은 근무할 때 방탄복을 안 입는다는 사실이나 아직도 리볼버 권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신기해한다고 했다. 외국은 워낙 테러 위험이 높아 근무할 때 방탄복은 필수고, 리볼버가 아닌 자동 권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 우리나라 경찰이 굳이 리볼버 권총을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왱에서 예전에 다룬 적 있으니 오른쪽 상단을 참고!
그리고 한 번은 프랑스 경찰이 우리나라 경찰을 부러워한 일도 있었다는데…

[황의열 파리올림픽 안전지원팀장]
“베르시역이라고 있어요. 근데 거기가 좀 우범지대예요. 아시아계 청소년들이 2명이 오더라고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고 있었는데 저희 둘 보고 화들짝 놀라더니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범죄 의심점 없는 거 확인을 하고 서로 재밌게 얘기를 하고 이제 끝나고 칠레 프랑스 경찰 저희 이렇게 다 같이 사진 촬영하고 헤어졌거든요. 근데 프랑스 경찰이 하는 말이 되게 부럽다 프랑스 청소년들은 프랑스 경찰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욕하기도 하고 되게 멀리하고 그러는데 저 아이들은 너네 한국 경찰을 되게 리스펙트하더라 하면서 부러워하더라고요.”
음.. 근데 이건 한국에서 마주친 거였다면 프랑스 경찰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경험을 했을 것 같긴 한데… 흠흠. 어쨌든 평화롭고 안전한 올림픽을 위해 경기장 밖에서 땀 흘리고 있는 세계 각국의 경찰들. 올림픽도 벌써 며칠 안 남았는데 패럴림픽이 폐막하는 그날까지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