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없이 골목에 방치된 차, 이런 사연 때문이었다
'번호판 영치'의 모든 것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번호판이 없는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차량들은 대부분 한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죠. 주저앉은 타이어와 두껍게 쌓인 먼지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누군가 번호판을 훔친 건 아닌지 걱정도 되는데요. 사실 이런 차량이 가끔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카츄라이더에서 번호판 없는 자동차의 정체를 알아봤습니다.
◇번호판 영치
번호판을 장착하지 않은 차량은 운행이 금지된다는 점, 익히 알고 있을겁니다. 그런데 번호판이 뜯길 수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길에서 우연히 본 번호판 없는 차량들은 단속 요원에 의해 번호판을 영치 당한 차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동차 종합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의무 보험 미가입 차량 등 자동차 번호판이 영치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바로 ‘과태료 체납’인데요. 법적으로 과태료를 1회 이상 내지 않은 차량은 모두 영치대상입니다.
◇과태료, 범칙금, 벌금 다 달라요
과태료란, 법령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 지자체가 부과하는 금전적 징계입니다.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습니다. 주로 속도위반, 갓길위반, 불법 주정차 등의 이유로 부과되죠. 과태료는 차량 소유주에게 부과되고 벌점이 따라 붙지는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과태료와 범칙금을 헷갈려하는데요. 범칙금은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경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부과되는 벌금입니다. 무인 카메라를 이용하는 과태료와 달리 범칙금은 교통경찰이 운전자에게 직접 부과합니다. 동시에 벌점도 주어지죠.
마지막으로 ‘벌금’은 형사처벌 관련 규정을 위반했을 때 재판을 거쳐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형벌입니다. 음주운전, 뺑소니, 무면허 운전같은 중범죄가 여기에 해당하죠. 벌점이 부과되는 것은 물론, 전과기록도 남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과태료는 ‘자동차’에게, 범칙금은 ‘운전자’에게 매겨집니다. 과태료를 체납하면 자동차 번호판이 뜯기는 이유죠.
◇과태료 체납만 8000억
과태료는 범칙금이나 벌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에 속합니다. 문제는 과태료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운전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심지어 수년 동안 과태료를 내지 않는 운전자도 많습니다. 2020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과태료 누적 미수납액은 8544억원에 달합니다.
과태료 체납의 대표적인 처벌 방식이 바로 번호판 영치입니다.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는 거죠. 30만원 이상의 세금이나 과태료가 체납된 지 60일이 지났을 경우 해당 차량의 번호판을 떼 갑니다.
체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최근 서울시는 시내 공영주차장 99곳에 ‘체납차량 알림 시스템’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공영 주차장에 차량이 들어갈 때 체납 기록이 자동 조회되는 방식이죠. 현재 전국에서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 순찰차 500대가 실시간 단속도 펼치고 있습니다.
/김영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