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특화도시 포항, 이제는 준비할 때입니다”

경북도민일보 2025. 10. 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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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영어유치원을 안 다닌다고 뒤처질까 걱정이에요." "학원비로 지출되는 돈만 줄여도 숨통이 트일 텐데요." 최근 젊은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구동성으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말입니다.

특히 맞벌이 부부나 다자녀 가정의 경우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지만, 사교육비 부담, 시간 부족, 정보 격차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고민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오늘날 영어는 대학 입시를 위한 한 과목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소양이자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국제 협업, 문화 이해, 디지털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영어는 삶의 실질적인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영어교육의 기회는 과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있을까요?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고가의 영어유치원과 사교육 인프라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지방 도시의 현실은 여전히 교육 격차가 존재합니다.

특히 산업도시 포항은 영어교육 인프라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은 편이며 이는 결국 미래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행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공교육 중심의 영어환경을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천 동구는 인천 최초로 '어린이집 원어민 영어교실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하여 만 4~5세 아동에게 주 1회 원어민 수업을 제공하고 있으며, 영어도서관과 다양한 체험 중심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놀이처럼 익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부산 영도구 역시 유아와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영어 프로그램과 원어민 강사 중심의 체험형 수업을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들 지자체의 정책은 주민 설문조사에서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으며 일부는 해당 지자체의 최우수 정책으로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영어특화도시'가 단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교육비 부담 완화, 교육 복지 실현, 지역 인재 양성과 직결된 도시 전략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포항 역시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로써 영어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접근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첫째, 공공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원어민 영어교실을 시범 도입해볼 수 있습니다. 놀이 중심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생활권 가까이에 어린이 영어도서관을 조성하여 스토리텔링, 영어 그림책, 가족 독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온 가족이 영어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셋째, 초등학생 대상의 영어 체험 버스 운영과 계절형 영어캠프 등을 통해 실제로 듣고 말하며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높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넷째, 지역 대학과 해외 자매도시와 연계한 인력풀 확보를 통해 원어민 강사와 영어 전문 교사 수급의 안정성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시청, 교육청,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적 영어교육 거버넌스를 구성해 포항만의 지속 가능한 영어교육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교육은 특정 계층만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영어처럼 미래의 문을 여는 핵심 역량은 어느 가정의 아이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포항이 이 문제를 공공의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접근한다면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도시가 아니라 아이들의 기회를 키워주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 하나의 가능성은 그 가족 전체의 가능성이며 그 가족들이 모여 도시의 미래가 됩니다.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설계해나가는 공공 영어교육 정책은 포항의 미래를 위한 건강한 투자이자 공정한 출발선 마련을 위한 실천이 될 것입니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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