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해병대원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이 2일 해병대원 특검법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지역화폐법’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세 법안은 야당이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가결한 것으로, 정부는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이 세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2일 이를 재가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세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해병대원 특검법안은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 및 이와 관련된 대통령실 등의 불법행위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출국 관련 의혹 등 7가지를 특검 수사에 맡기는 것이 주 내용이고, 김 여사 특검법안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 조작 가담 의혹, ‘명품 가방’ 사건 관련 의혹, 총선 개입 의혹 등 8가지를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은 ‘지역 화폐’(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행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대통령실은 세 법안에 대해 “반헌법적·위법적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의무이자 책무”라며 “위헌·위법적이고 사회적 공감대 없이 야당이 단독 강행 처리한 법률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한 총리는 세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안을 의결하면서 해병대원·김 여사 특검법안에 대해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박탈해, 헌법에서 정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특히 해병대원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제삼자 추천의 형식적 외관만 갖췄을 뿐,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자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야당이 무한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가 야당이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고발한 사건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고발인(민주당)이 스스로 수사 담당자와 수사 대상을 정하는 것은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 총리는 지역화폐법에 대해서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은 지자체장이 스스로 결정해 집행하는 ‘자치 사무’인데,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고 있는 53개 지자체가 이 법안으로 상품권 발행을 강제 받게 된다”며 “지자체 자치권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 법안은 지자체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신청하면 (행정안전부가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요구하는) 예산 요구서에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규정하고 있어, 헌법상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했었다.
국회는 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세 법안을 돌려받는 대로 본회의를 열어 이를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재의결 시기는 국회의장이 정하며, 세 법안의 재의결 시기를 각각 달리할 수도 있다. 법안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대통령은 법안을 다시 거부할 수 없고 법률로 공포해야 한다. 부결되면 법안은 폐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번 세 법안을 포함해 2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만 여야 합의로 일부 내용을 수정해 가결돼 법률이 됐고, 20개 법안은 재의결에서 부결되거나 이전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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