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배민·홈플러스..쿠팡 독주 견제할까
홈플러스와 배달의민족이 손잡으며 유통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홈플러스는 배민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 배송 역량을 강화하고, 배민은 비식품 배송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두 기업의 협력이 물류 인프라와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성장한 쿠팡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두 업체는 배민 장보기·쇼핑 플랫폼에서 전국 108개 점포를 기반으로 한 ‘마트 직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마트 직송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당일 배송받거나,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배민은 입점 마트 중 처음으로 사륜차 배송을 도입해 홈플러스 대형·중량 상품의 배송 효율을 한층 강화했다.
앞서 홈플러스의 ‘즉시배송’ 서비스가 배민에 입점한 후 성과를 거두자 이번 마트 직송 협업까지 확장한 것이다. 즉시배송은 고객 주문 후 인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1시간 내외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배민에 입점한 이후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홈플러스는 이번 마트 직송으로 고객 선택권이 확대돼 즉시배송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들이 홈플러스 온라인만의 신선함과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민에 입점했다”며 “자사 앱의 충성 고객 유지에도 중점을 둬 두 플랫폼을 병행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민은 이번 협력으로 유통 채널 다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장보기·쇼핑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전자랜드, 삼성스토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이마트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이마트 등으로 확대 중이다. 가전양판점, 편의점 4사, 기업형 슈퍼마켓(SSM), 대형마트까지 대형 유통 채널을 거의 입점시켰다.
유통업계의 지각변동, 쿠팡 독주에 도전
배민과 홈플러스의 연대는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강력한 물류 인프라와 이를 기반으로 한 빠른 배송 서비스로 시장 1위를 굳혔다. 특히,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는 대형마트의 전통적 강점을 약화시키며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홈플러스는 배민과의 협업을 통해 온라인 배송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기존에는 자체 온라인 앱을 통해 점포를 거점 삼아 전담 배송기사가 상품을 배송했지만, 낮은 인지도와 제한적인 고객층으로 성장에 한계를 겪은 바 있다. 이번 협력을 통해 배민이 보유한 방대한 회원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기회를 얻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앱 활용도가 낮아 대중적인 배달 플랫폼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배민을 통해 주문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민 역시 이번 협력을 통해 쿠팡이츠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잡았다. 대형마트의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 음식 중심의 배달 서비스를 리빙, 가전 등 비식품군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민은 이미 ‘B마트’ 서비스를 통해 리테일 시장에 진출하며 직매입한 상품을 전국 70여 개 도심형 유통센터(PPC)에서 배송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대형마트와의 협력이 더해지면서 물류와 상품군을 더욱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히 배송 플랫폼의 역할을 넘어 리테일 생태계에서 경쟁 우위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배민에 입점되면서 고객 선택지가 크게 확대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셀러들과 협력하며 고객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