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없는 이임생이 홍명보 감독 추천… 洪거취는 축구협회 몫”
“이사회의 감독선임 기능 무력화… 규정-절차 위반, 무효화는 어려워
클린스만 선임땐 전력강화위 패싱… 정몽규 회장이 최종 면접도 문제”
축협 “문체부, 협회장 직무 등 오해”
7월 축구협회 감사에 착수한 문체부는 절차 위반 등의 논란에 휩싸인 홍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을 들여다봤다. 문체부는 이날 “규정상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후보자 추천 등 감독 선임 관련 업무를 맡은 전력강화위원회 소속이 아니고,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임명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홍 감독 등 최종 후보 3명을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보고한 뒤 사퇴하자, 정 회장 등의 지시로 후속 업무를 이어받았다. 당시 정 전 위원장은 10차 전력강화위 회의를 마친 뒤 홍 감독을 1순위로, 외국인 후보 A와 B를 각각 2, 3순위로 정 회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외국인 후보를 직접 만나본 뒤 순위를 정하라고 하자 사퇴했다.
당초 축구협회는 이 이사가 전력강화위 온라인 회의를 통해 전력강화위원들로부터 후보 면접과 내정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했다. 문체부 조사 결과 위원들은 면접 권한만 위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이사는 홍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결정한 뒤 위원들에게 전화로 권한 위임 동의를 구했다”며 “정 회장이 정 전 위원장의 추천에 따라 1순위 후보(홍 감독)부터 협상했다면 지금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지시로 권한이 없는 이 이사가 외국인 후보를 만난 뒤 협상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최종적으로 홍 감독을 내정한 게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 이사는 외국인 후보 면접 뒤 홍 감독은 1순위로 그대로 두고, 외국인 후보 간 순위를 바꿨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 회장이 권한 위임에 관한 사항 등 규정과 절차를 전반적으로 살피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작년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할 때도 전력강화위의 기능을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당시 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감독 후보 명단을 작성하고 접촉을 시도해 전력강화위원들을 배제한 채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정 회장이 클린스만 당시 감독 후보자를 최종 면접한 것도 규정 위반으로 봤다.
이날 축구협회는 “문체부 발표는 협회장 직무 범위와 전력강화위 역할에 대한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정관에 따라 협회장이 업무를 총괄하고, 긴급한 사안은 회장이 먼저 처리한 뒤 이사회 승인을 받아도 된다는 것이다. 협회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문체부 감사의 지적 사항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종 감사 결과는 이달 말에 나온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홍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한 지난달 24일 국회 현안 질의와 문체부 감사를 주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축구협회에 보냈다. FIFA 공문엔 “각국 축구협회는 외부의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을 의무가 있다. FIFA 정관을 위반하면 축구협회 잘못이 아니어도 제재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FIFA는 ‘각국 축구협회는 제3자 및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정관을 두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축구협회에 자격정지(FIFA 주관 대회 출전금지) 등 징계를 내린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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