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난 학생들 모여라" 1020이 이색깃발·응원봉 흔든 이유는

진태희 기자 2024. 12. 16. 13:3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12]

탄핵 표결 당시 몰렸던 200만 명 인파 속에는 그 어느 때보다 10대와 20대, 이른바 MZ세대들이 많았습니다.


좋아하는 가수의 응원봉과 유쾌한 이름의 단체 깃발을 흔들면서, 마치 축제 같은 집회 문화를 주도했는데요.


이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사연을 진태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가결이 선포된 직후 국회 앞. 


형형색색의 응원봉 물결과 떼창은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집회 한 편엔 K팝 음악이 흘러나왔고, 1020 세대들은 좋아하는 야구팀이나 연예인 응원봉을 흔들었습니다. 


'시험 끝난 학생들 모임', '아무사람아무협회' 같은 이색깃발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1020 세대가 많이 참여했던 이번 집회는, 화염병과 촛불로 대표되는 과거의 집회와 분명 달랐습니다.


인터뷰: 최혜수 신라대 2학년 / 아무사람아무협회 

"SNS에서 만난, 마음 맞는 친한 친구들끼리 처음에 장난으로 만든 협회였는데 계엄령이 내려지고 처음 깃발을 만들면서 실체화가 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안치현 / 27세

"예전에 촛불 시위라고 해서 촛불을 들고 나왔는데 바람이 불면 꺼질 수도 있고 쉽게 꺼지는 존재로 보는 그런 분들도 계셔서 빛이 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응원봉을 들었습니다)."


8년 전 촛불집회 당시 가족을 따라갔던 아이들은 이번엔 자신의 의지로 거리에 나섰습니다.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며 친구들과 함께 처음 집회에 참여한 10대도 적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서진 / 16세

"그때는 제 의지로 온 게 아니라 부모님 따라서 온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제 의지로 오게 되니까 뿌듯하기도 하고…."


인터뷰: 김다영 / 고등학교 3학년

"사교육을 조장하고 학생들과 학부모 입시나 어떤 교육에 혼선을 주거나 되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정책을 많이 해 왔다고 생각해서 집회에 나오게 됐습니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두 번의 대형참사를 경험한 2030 세대 역시 응원봉을 흔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부당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어서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신재형 / 26세

"세월호라든지 이태원은 저희 젊은 세대, 20대, 30대가 희생됐던 일이기 때문에 저는 당시에 어려서 목소리를 못 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이번 집회에 1020 여성이 많았던 점은 통계로도 확인됐습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첫 탄핵안 표결이 있었던 지난 7일 국회 인근에 모인 인파 가운데 21%가 10대와 20대 여성이었습니다.


인터뷰: 조혜원 / 25세

"임기 초부터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하거나 성차별적 행보를 너무 많이 보여왔기 때문에, 구조적 성차별을 무시하고 여성들의 삶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1020 세대가 새로운 시위 문화를 주도했던 경험이, 정치적 효능감을 키우고 사회에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로이터통신 등은 응원봉이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전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시위 문화가 차세대형 민주주의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