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핵심 3종 수출규제 해제…무역수지 개선될까
기사내용 요약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수출규제 해제키로
"반도체 공급 원활", "중소기업 불확실성 해소"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일본이 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주요 3대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키로 결정했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무역적자가 역대급으로 심화한 만큼, 우리 정부의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와 맞물려 수출 회복의 물꼬가 트일 지 주목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창양 장관은 지난 14~16일 일본경제산업성과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진행했다.
논의 결과 일본 측은 수출관리 운용을 변경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생산에 필수 소재인 불화수소와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키로 결정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 정부는 일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화이트리스트 조치도 조속한 원상회복이 되도록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이들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 허가로 변경하고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그해 9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에 대한 보복이라며 WTO에 제소했다. 이후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 해법을 제시하면서 양국 관계가 복원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부는 일본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한일 재계 단체가 기금을 모아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발생한 수출규제 조치 이전으로 통상 현안을 되돌리기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반도체 중심으로 적자 심화…日실적 악화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은 158억 달러(약 20조7217억원), 수입은 208억 달러(약 27조2792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16.2% 감소한 반면 수입은 2.7% 증가했다.
올해 연간 수출누계는 1123억 달러(약 147조2814억), 수입은 1351억 달러(약177조1836억)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12.6% 감소, 수입은 0.6% 증가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연간 227억7500만 달러(약 29조8694억)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무역적자가 우리 수출 효자 품목이었던 반도체를 중심으로 악화된 만큼, 이번 일본 수출규제 완화가 회복세에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열흘 간 수출은 자동차(133.7%)에서 크게 증가했지만 반도체(41.2%)에서 크게 감소했다.
앞으로 일본과의 무역이 원활해진다면 적자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달 주요 교역국 중 수출 실적은 미국(5.6%)과 인도(5.5%) 등에서는 증가한 반면 일본(7.3%)은 중국(35.3%)과 베트남(16.4%), 유럽연합(6.2%) 등과 함께 줄었다.
공급망 불안 속 "중소·협력업체 불확실성 해소"
이 같은 투자와 맞물려 반도체 산업에 활기가 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내에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만큼, 규제 완화 여부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진 만큼 이번 규제완화가 반도체 소재 업권, 특히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공존한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부장 정책을 강력 추진하면서 국내에서 기술 개발이 이뤄졌고, 국내에서 수입국의 다변화와 투자유치가 적극 이뤄지면서 소부장 부분의 공급망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현재는 공급망 측면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인 만큼, 이번 결정으로 그런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현재 반도체 소재 3종에서 일본이 건건이 허가를 내주는 상황이다. 해당 소재는 일본 의존도도 높은 편이라 다른 대체 수입처를 찾기도 힘들다"며 "대기업은 허가를 받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중소기업은 소재 수입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 반도체 소재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해당 중소기업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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