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전경 일기 “비참하게 맞은 남녀, 피투성이, 점심밥조차 넘어가지 않았다”
고귀한 기자 2023. 3. 15. 21:45
“광주 전역에 수천명의 공수병들이 쫙 깔렸다. 이들의 구둣발에 차인 어느 남녀 데모대 2명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돼 끌려갔다. 점심밥조차 넘어가지 않았다.”(1980년 5월18일 일기)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도심 시위 현장 진압에 투입됐던 전투경찰이 쓴 일기가 43년 만에 공개됐다. 일기에는 경찰이 보기에도 잔인했던 계엄군의 행동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전투경찰로 복무하며 광주 시위 진압에 투입됐던 경찰의 일기장을 기증받았다”고 15일 밝혔다. A씨(67) 일기에는 1979년 11월22일부터 1980년 9월4일까지 상황이 기록돼 있다.
A씨는 전라남도경찰국 제2중대 소속 전투경찰로 복무하며 5·18 직전부터 광주 도심 시위 현장에 투입됐다.
5월19일 일기에는 “어제 수백명의 학생들이 체포 구금되었다. 계엄군이 첫날부터 너무 과격한 탓인지 시민들의 눈치가 이상해졌다. 조금씩 데모대에게 호응하는 기미가 보였다”고 썼다. 광주 시민들이 뭉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A씨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에 기증 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인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전투경찰의 눈으로 작성된 또 하나의 ‘오월일기’가 5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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