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왔지, 감시당하러 왔나?”.. CCTV도 모자라 메신저까지, 사생활은 어디 가고?
1,000명 대상.. 업무용 메신저·CCTV 설문 결과
10명 중 1명 “CCTV.. 감시 목적 설치” 인식
“CCTV, 감시 사용↑.. 처벌 규정 등 신설해야”
최근 직장인들의 일상에서 사무실 천장 등에 달린 CCTV 카메라가 새로운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단순 보안 장치로 시작된 CCTV가 이제 직장 내 감시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같은 CCTV 설치에 대해선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노동자 전원의 동의 없이 비공개된 사업장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위법인데도, 실제 동의를 받았다는 경우는 과반이 안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메신저나 CCTV 등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한 일터 내 전자 감시를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업무용 사내 메신저 및 사업장 내 CCTV'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29일 공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 사업장 내 CCTV가 설치되어 있다고 답한 응답자(657명) 중 10.4%가 사업장 내 CCTV가 직원 감시를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5명 중 1명(22.2%)은 실제 CCTV 감시로 업무와 관련한 지적을 받거나, 동료가 지적받는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장 내부 등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빈번하지 않은 비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때는 해당 장소에 출입하는 정보주체, 즉 노동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업장 내 CCTV가 설치돼 있다고 응답한 이들 중 이같은 동의를 받았다고 답한 이들은 30.9%로, 3명 중 1명 꼴에 그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리자가 직원들의 메시지를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일부 업무용 사내 메신저 역시도, 그 존재에 대해 ‘모른다’는 답변이 59.9%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업무용 사내 메신저에 이러한 메시지 감시 기능이 필요한지를 물어본 결과 72.4%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가 메신저로 수집한 정보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회사가 어떤 정보 보호 조처를 하는지 등을 안내받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응답자 37.3%가 ‘안내받은게 없고’, 이런 비율은 노조원(24.7%)보다 비노조원(40.3%)이 높았습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46.9%), 5∼30인 미만 사업장(48.3%) 등 사업장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관련 규정을 노동자들한테 고지하지 않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중앙과 지방 공공기관(41.1%)에서 규정 안내를 받지 않았다는 응답 역시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제 직장인 A씨의 경우, 회사 대표가 자신에게 휴대폰으로 한 CCTV 영상을 보여주며 “일 안 하고 놀고 있더라”라고 지적을 했다면서, “일하는 시간에 사장이 계속 날 지켜보는게 아닌지 불안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팀장 B씨는 업무 메신저 내용을 공개하라는 회사의 요구에 사적 대화가 섞여있다며 거부했지만, 회사는 다른 직원에게 B씨의 메시지를 뽑아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감시가 일상이 되면서, 조직원들이 무분별하게 감시망에 노출돼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일터에서 메신저나 CCTV를 활용한 전자 감시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법과 제도 장치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노동관계법령이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보호법 등을 통해서 이를 규제해, 사용자와 노동자간 불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맺는 노동관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탓입니다. 또한 관련 내용이 여러 법에 산재해 법 위반 사항을 인지하거나 대응하는 데 어려운 것도 이유로 꼽혔습니다.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노사협의회에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의 설치’에 관한 협의 의무도 없어, 사생활 권리 침해 위험이 더 노출돼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 김하나 변호사는 “범죄 수사에 CCTV를 활용하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사무실 등 사업장에 설치된 CCTV는 감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노동자를 일상적으로 감시할 용도로 CCTV를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상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이런 상황을 관리·감독하는 행정청인 고용노동부에 감독 권한이 없다. 실무적으로 법이 있어도 감독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근로기준법에 노동자 감시 수단을 설치하는 경우, 그 절차와 내용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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