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깊숙이, 인간의 집념이 피워낸 13만평 돌 정원
경상남도 하동군 지리산 해발 850m 청암면 청학동에 자리한 '삼성궁'. 이곳은 자연의 품을 최대한 존중한 채, 한 사람이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돌을 쌓아 만든, 대한민국 최대 규모 13만평의 거대 정원이다. 시멘트나 중장비 한 번 동원하지 않고, 오로지 맨손과 인간의 집념만으로 쌓은 돌탑과 돌담, 성곽과 연못들. 처음 방문하면 산길을 따라 오르며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압도당하고 만다. 길을 따라가면 봄에는 야생화, 여름엔 짙은 녹음, 겨울엔 설경이 마치 다른 세상처럼 펼쳐진다.

한풀 선사의 외로운 결단, 민족 정신이 깃든 돌의 의미
삼성궁을 만든 인물은 하동 출신의 강민주, 불명 한풀선사다. 1983년부터 시작된 돌쌓기는 단순한 조형이 아니다. 고조선의 제천단 ‘소도’ 복원, 우리 민족의 뿌리와 정신을 되살리려는 집념이 담겨 있다. 한풀선사는 "역사와 정체성을 살린 민족 성전을 우리 손으로 하나 남기자"는 생각에 돌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환인·환웅·단군 삼신을 모셔오는 일, 그리고 대한민국의 산자락에 민족의 혼을 새기는 일은 어느 누구의 권유도, 돈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결단과 의지였다.

1,500여 개 돌탑, 맷돌과 돌절구로 아로새긴 설치 예술
삼성궁의 핵심은 정원을 가득 채운 1,500여 개의 돌탑이다. 전국에서 맷돌을 수집해 돌절구, 오석, 강돌, 다양한 형태의 돌로 탑을 만들었다. 원추형 돌탑, 맷돌만으로 만든 맷돌탑, 옹기와 절구가 포함된 아기자기한 구조물이 곳곳에 솟아 있다. 각 돌탑의 높이는 1m 남짓부터 10m가 넘는 것까지, 수직으로 우주와 하늘을 연결하는 성스러운 솟대의 의미도 있다. 이 탑들 사이에는 연못, 폭포, 담장, 동굴, 계단이 정교하게 이어지고, 방문객들은 당장의 공간을 넘어서 고대의 신화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한다.

직접 체득한 자연미와 인간의 땀, 독특한 공간 설계
삼성궁에 들어서면 곧바로 쏟아지는 폭포와 물이 고여 있는 연못, 숲길, 대나무숲, 정교한 돌담들이 펼쳐진다. 자연의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동굴을 만들고, 지형을 따라 석축과 담장을 한 줄 한 줄 쌓았다. 원형의 감실이나 주 건물은 마치 신화적 공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웅장하다. 웅장한 목조 건물과 에메랄드빛 연못, 각양각색의 돌구조물은 방문객에게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이 어떤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지 직감하게 한다.

명상·수련의 현장, 매년 이어지는 제천의식과 문화행사
삼성궁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환인·환웅·단군을 모시는 민족성전으로, 지금도 수행자들이 선도 수련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10월 셋째 주엔 '개천대제'를 개최해 우리 민족 고유의 제천의식, 무예 시연, 문화제 등이 펼쳐진다. 관람객 또한 정원 곳곳에서 조용하게 명상하거나 정성껏 기원을 올리며, 인간의 내면과 자연, 공동체의 성찰까지 경험할 수 있다.

거대한 노력의 산물, 광기와 집념이 빚은 기적
삼성궁은 단 한 사람의 40년간의 노력, 그리고 함께한 수행자와 제자들의 땀과 꿈이 집대성된 공간이다. "은은한 광기가 있어야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평생의 시간, 청춘과 열정을 오로지 돌을 옮기고 쌓는 일에 바치며, 세상에 없는 13만평의 정원을 만들었다. 삼성궁 정원을 걷다 보면, 인간의 집념이 자연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꿈과 미친 노력이 현실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리산의 품속, 13만평에 1,500개 돌탑이 끝없이 펼쳐진 삼성궁.
누군가의 광기, 집념, 그리고 민족의 혼이 돌 하나마다 스며든 대한민국 최고의 신비로운 정원.
그곳에 서면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오고,
독특한 예술과 신성한 정신, 모두가 내면에서 아로새기는 진짜 여행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