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페이 수수료비용 부담 확산…비용효율화·적격비용 규제 완화 절실[현장+]

'2025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 세미나'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사진=류수재 기자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 결제액이 증가하는 가운데 서비스가 유료화되면서 카드사의 수수료비용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카드사가 비용효율화와 함께 신수종 사업을 찾아 수익성을 방어해야 한다는 학계의 조언이 제기됐다.

카드비용·판관비를 절감하고 신용등급을 개선해 자본비용을 줄여야 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또 적격비용 규제를 완화해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를 늘리고 민간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카드사의 비용효율화와 신수종 사업전략'이라는 주제로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 세미나가 열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페이 서비스 유료화가 확산되면서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 평균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2021년 6065억원에서 2024년 9594억원으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60% 가까이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페이를 중심으로 페이 서비스가 유료화되면서 수수료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카드사에 대한 애플페이 수수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가별로 보면 일본은 모든 카드사에 0.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중국의 경우 유니온페이가 0.03%, 은행은 0.07%를 애플에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비용은 애플페이 기준으로 0.03%일 경우 68억원, 0.15%라면 341억원으로 추정됐다. 여기서 연간 결제 규모가 73조원에 이르는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카드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의 경우 추가 수수료율이 적용돼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수익보다는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가 비용효율화를 위해 자금조달 구조를 다원화하고 신용등급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가 위축됐고, 적격비용 제도를 2012년에 도입한 뒤 신용판매 부문의 투하자본이익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이를 메우기 위해 카드론 취급이 늘어나면서 카드사의 건전성이 악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비용을 통제하면서 영업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지난해 각각 3억달러, 4억달러 규모의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조달비용을 낮췄던 사례를 들며 여신전문금융채권, ABS, 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조달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등급이 1단계 오르면 0.1~0.4%p의 하락 효과가 나타나므로 카드사의 신용등급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서 교수는 "해외 ABS 발행은 현재가 적기로,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고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달러로 자금을 조달하면 원화 조달 규모를 늘리는 효과도 낸다"며 "현대카드는 2024년 상반기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상향되면서 조달액을 3499억원가량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행 적격비용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은 가맹점이 부담해야 하는 적적한 비용으로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부가통신사업자(VAN) 수수료 등 결제소요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다. 금융당국은 3년 주기로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해왔다.

서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는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를 축소시키고 고객 혜택을 줄여 민간소비 부진을 초래하며 소비자의 후생을 악화시켰다"며 "카드수수료율 인하는 승용차, 가전·컴퓨터 등 내구재 판매뿐 아니라 백화점의 소비재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여행특화카드 등을 활용해 해외결제 금액을 늘리고 카드슈랑스 확대 등 신수종 사업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장현 비자코리아 전무는 "해외결제는 해외여행 수요, 인당 해외 소비액 증가 등 거시적 요소로 국내 신용판매와 비교해 성장 가능성이 높고 카드사의 주요 관여도 지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는 금융기관보험대리점 중 규제 수준이 낮지만 카드슈랑스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보험사와 카드사가 업무 제휴를 다각화하고 보험료 카드 납부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카드슈랑스는 카드사가 보험사와 제휴해 보험을 판매하는 영업방식이다. 카드사는 보험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보험사는 설계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판매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다만 보험상품은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보험설계사 등이 필요한 대면채널에서만 판매가 이뤄진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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