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새시대]'2018년 이전처럼…' 중단됐던 당국 간 협의체 재가동

노민호 기자 2023. 3. 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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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국장급 협의 및 외교차관 대화… NSC 경제안보대화 '신설'도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023.3.16 ⓒ AFP=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도쿄=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6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그동안 가동이 중단됐던 양국 정부 당국 간 협의체를 '2018년 이전'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일 간 협력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에도 한층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소인수회담 및 확대회담 형식으로 진행된 정상회담 뒤 공동 회견을 통해 양국 간 각종 '전략적 협의 채널' 복원을 천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견에서 "양국관계에 대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정부 간 소통을 확대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우선 장기간 중단된 안보대화, 차관 전략대화, 고위급 일한중 프로세스를 조기 재개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부 당국 간 각종 정례 협의체는 지난 2018년 10~11월 우리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들(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을 대상으로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내린 뒤 상당수가 중단되거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일본 정부가 당시 우리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양국관계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측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한일 외교·군사당국의 국장급 인사가 수장을 맡는 '2+2' 형식의 외교안보 대화체 '안보정책 협의체'가 2018년 3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았다. 이 협의체는 1998년 시작됐다.

또 양국 간 현안을 협의하고, 지역 및 범세계 공통 현안 등을 중 중장기 관점에서 폭넓게 논의해 나가자는 취지로 2005년 시작된 '한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 또한 2014년부터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한일 정상이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공감 아래 정부 간 협의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속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양국은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안보 분야 협의체를 우선 가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전용기편으로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동해상을 향해 발사하며 재차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였다.

한일 확대정상회담. 2023.3.16 ⓒ AFP=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 위반이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선 2019년 11월 이후 중단된 한일국방장관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때도 한미 및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은 열렸지만, 한일 간 회담은 개최되지 않았다.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었던 데다, 특히 2018년 12월과 이듬해 1월 각각 동해와 남해에서 발생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우리 해군함 근접 위협 비행사건을 계기로 한일 군사당국 간 협력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그동안 한일 양국 간에 외교장관회담은 여러 차례 열렸지만, 국방장관회담이나 우리 합참의장과 일본 통합막료장 간 회담은 2018년 초계기 갈등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국방부는 이날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향후 한일 간 신뢰관계 회복을 고려해 초계기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가겠다"(전하규 대변인)이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일 정상 간의 이 같은 '당국 간 대화 재개' 합의는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이달 6일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제시하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법적 갈등과 그에 따른 일본 측의 부담을 해소해준 따른 것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은 2018년 당시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일본 피고기업들(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에 승소한 원고(피해자)들을 대신해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가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배상금 재원은 우선 우리 민간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충당하며, 일본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둔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이다.

한일 정상들은 이날 회담에서 기존 협의체의 재가동과 더불어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에도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 간 경제안보에 관한 협의체를 새로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 심화 및 러사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장기화 등으로 복잡·다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경제안보 분야의 긴밀한 대응을 위해 양국이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한일 양측은 우리 정부가 작년 말 최종본을 공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한일 간 전략 연계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인·태 전략 발표를 외교 분야 최우선 과제인 '한미동맹 강화·발전' 기조에 따른 정책 동조화 노력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조 센터장은 "윤 대통령은 그간 한미, 한일, 한미일 간 협력이 중요하단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왔다"며 앞으로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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