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뱅크가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붙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성과를 확인한 데 이어 태국, 몽골로 이어지는 확장 로드맵을 공개하며 해외 사업을 핵심 성장 축으로 끌어올렸다. 동남아에서 검증한 디지털 금융 모델을 바탕으로 금융 인프라까지 수출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이어 몽골 진출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했다. 이날 열린 '2026 프레스톡' 현장에서는 해외 사업이 단순 진출이 아니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전 세계로 저희의 무대를 확장하는 것이 카카오뱅크가 새로 써 내려갈 금융 혁신의 역사"라며 글로벌 확장 의지를 밝혔다. 윤 대표는 동남아 진출을 언급했던 3년 전과 달리 자신 있게 성과를 발표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투자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는 2024년 6월 출범 이후 9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올해 2월 기준 고객 수는 640만명으로 늘었고 하루 거래량은 120만건까지 확대됐다. 대출은 약 53% 성장했고 수신은 120% 증가했다. 출범 20개월 만에 상장까지 완료하며 현지 디지털은행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이 같은 속도는 단순한 초기 성장이 아니라 시장 구조와 맞물린 결과다. 인도네시아는 대출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 34%로 동남아에서 가장 낮다. 디지털은행 전체 점유율도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시장에서 디지털 기반 금융이 빠르게 확산되는 전형적인 초기 성장 국면이다.
현장에서 발표에 나선 티고르 M. 시아한 슈퍼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은 단순 투자 지원을 넘어 금융 서비스 혁신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설계한 자동저축 서비스와 게임형 저축 구조는 저축 습관이 부족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관련 상품 가입자는 70만명 수준까지 늘었다.
카카오뱅크가 인도네시아에서 거둔 성과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실적으로 이어진다. 슈퍼뱅크 상장 효과로 약 933억원 규모의 지분법 이익이 올해 1분기부터 카카오뱅크의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익에 기여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국 시장 역시 구조적 기회가 크다. 인구 약 7000만명 가운데 절반이 월급을 받자마자 소진하는 소비 구조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 3분의 2는 3개월을 버틸 저축이 없고 가계부채 비율은 88% 수준이다. 특히 비공식 대출 의존도가 높아 디지털은행이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할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금융그룹 SCBX, 중국 인터넷은행 위뱅크와 함께 태국에서 디지털은행 '뱅크X'를 구축하고 있다. 위뱅크가 코어뱅킹 등 시스템 설계를 맡고 카카오뱅크는 앱과 사용자 경험(UI)을 담당한다. 세 회사는 최고경영진 간 정기적인 협의를 거쳐 전략을 조율하며 신뢰 기반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해당 모델을 태국을 넘어 다른 국가로 확장하는 방안까지 논의할 정도로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카카오뱅크는 글로벌 전략을 3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첫 단계는 소수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해 현지 시장을 학습하는 구조다. 2단계는 합작 형태로 단순 지분 참여를 넘어 카카오뱅크가 맡은 역할을 확대한다. 이에 더해 카카오뱅크가 독자 사업을 확장하는 구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단계, 태국은 2단계에 해당한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몽골은 일반적인 합작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카카오뱅크는 신용평가 체계가 부족한 몽골에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단순 서비스 진출을 넘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윤 대표는 현장에서 글로벌 전략의 기준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해외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파트너와 시장의 성장성"이라며 "현재 규모보다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직접 진출보다 협력 기반 확장을 우선하는 이유다.
카카오뱅크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금융 모델을 수출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검증된 성장 속도가 이어질 경우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금융 사업자로의 전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표는 "글로벌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확보한 기반을 교두보로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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