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위축·세수 부족에 … 추경 카드 꺼내나
추경 편성 논의 불가피할 듯
급한대로 불용예산 쓰거나
전년도 잉여금 활용 등 검토
올해 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당초 전망했던 '상저하고'가 흔들리는 데다 대규모 세수 부족이 현실화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면서 기획재정부도 성장률 하향 조정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세수 구멍에도 현재로선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난색을 표하는 정부지만 하반기까지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재정정책에 나서라는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내몰릴 수도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추경 없이 가용 재원을 모두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세수 부족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정부의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1년 전(111조1000억원)보다 24조원 줄었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부동산 거래가 줄고 기업 실적과 내수 경기가 악화하면서 3대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수입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세수가 급감하면서 같은 기간 정부 총수입(145조4000억원)도 1년 전에 비해 25조원 줄었다. 4월부터 연말까지의 세수가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하더라도 연말 기준 국세 수입은 371조9000억원으로, 정부의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30조원 가까이 부족하다.
하지만 기재부는 하반기 경기 반등에 따라 세수 여건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경기 패턴은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추경이 없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기재부는 가용 재원을 총동원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不用)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통상적으로 불용은 편성된 사업이 중지되거나 해당 연도에 집행될 수 없는 사정이 생길 경우 활용되지만, 올해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불용 예산을 가져다 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올해 불용 예산은 10조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불용 예산은 12조9000억원으로 총지출의 2.2% 규모였다. 2018년 8조6000억원, 2019년 7조9000억원, 2020년 6조6000억원, 2021년 8조3000억원이 각각 불용됐다. 기재부는 자연적인 불용이 아닌, 정부 주도의 인위적 불용은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강제 불용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잉여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전년도에 쓰고 남은 돈과 세입·예산 중 쓰지 못한 불용액을 합친 돈이다. 2022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보면 모든 곳에 쓰고 남는 여윳돈은 2조8000억원이다. 활용 범위에 제한이 있는 특별회계 잉여금까지 더한다면 5조9000억원이다. 정부가 불용 예산과 세계잉여금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15조~20조원 정도를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2분기 이후에도 세수 확보에 난항이 이어진다면 추경 편성 논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이 차례로 악화한다는 점을 봐도 하반기에는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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