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던 산복도로 을씨년…죽마고우 집은 폐가” 귀성객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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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 곳곳이 '빈집 감염병'(국제신문 창간 77주년 기획 시리즈 '부산 빈집 팬데믹')에 시달리는 가운데 추석 연휴 부산을 찾은 타 지역 주민도 빈집에 둘러싸인 고향의 실태에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당일인 지난 17일 부산 동구 범일동 고향집을 찾은 김모(38) 씨는 달라진 동네 풍경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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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고향동네 방문한 옛 지역민
- “어릴적 뛰놀던 골목엔 빈집 즐비
- 부모님 두고 올라가려하니 착잡”
- 안창마을 등 추석현수막도 없어
- 통장 “무허가 빈집 활용안 절실”
부산 도심 곳곳이 ‘빈집 감염병’(국제신문 창간 77주년 기획 시리즈 ‘부산 빈집 팬데믹’)에 시달리는 가운데 추석 연휴 부산을 찾은 타 지역 주민도 빈집에 둘러싸인 고향의 실태에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당일인 지난 17일 부산 동구 범일동 고향집을 찾은 김모(38) 씨는 달라진 동네 풍경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로 산복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던 과거를 생각하고 주차할 공간을 걱정했지만 동네가 너무 조용해 충격에 휩싸였다. 명절 기간 차량 교행이 안 될 정도로 붐비던 산복도로 주변 도로가 날이 갈수록 한산해지는 느낌이라는 게 김 씨의 전언이다. 2019년 직장 근처 경기도 용인시로 떠난 김 씨는 “오랜만에 동네 한 바퀴 산책을 나섰다가 골목마다 즐비한 빈집을 보고 덜컥 겁이나 발길을 돌렸다. 어릴 적 뛰놀던 골목이 이제는 위험하다고 느껴질 지경이라 착잡할 따름이다”며 “직장 때문에 멀리 떨어져 지내는데 연로하신 부모님만 이곳에 두고 올라가려니 걱정이 앞선다. 동네에 사람이 많고 활기가 차야 덩달아 어르신들이 생기가 있을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서구 남부민동 출신의 이모(49) 씨도 “10년 만에 옛날에 살던 동네를 찾았는데, 원래 낙후한 곳이지만 지금은 거의 폐허 수준”이라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려고 찾았다가 착잡한 마음만 안고 돌아간다. 내 추억은 없어져도 좋으니 다른 동네처럼 말끔하게 정비가 되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할 듯 하다”고 말했다.
명절이면 귀성객을 반기기 위해 주민 일동으로 내건 현수막도 원도심권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부산진구와 동구 경계에 위치한 안창마을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엄광산 자락에 무허가 판자촌을 짓고 살며 생겨난 곳으로 현재는 150가구 가운데 30가구 이상이 빈집이다. 추석 연휴지만 귀성객을 반기는 현수막 하나 걸리지 않을 만큼 골목은 한산했다. 연휴 기간 고향 안창마을을 찾은 강기철(51) 씨는 “한 동네서 나고 자란 죽마고우의 집은 대부분 빈집이 됐다. 나도 두 아이의 교육 때문에 나와 살지만 대학만 보내면 다시 안창마을로 돌아와 살고 싶다. 그런데 해가 바뀌어도 다 쓰러져가는 공·폐가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서 망설여진다”고 전했다.
안창마을의 박대성 22통장은 “예전에는 추석 명절이면 온 동네가 들썩였는데 올해는 귀성객 구경조차 쉽지 않다. 와도 반나절 차례만 지내고 후다닥 떠나는 것 같다”며 “고향 친구도 다 떠나 연휴에 만나 술잔을 기울인 게 언제인지도 까마득하다”고 밝혔다. 박 통장은 국제신문 보도를 언급하면서 “방치된 빈집에 불이 나서 소화기로 불 끄는 것도 주민이고 태풍에 노후 슬레이트가 날아갈까봐 사다리 타고 철거하는 것도 주민 몫”이라며 “소유주가 없거나 연락이 끊긴 국유지 무허가 빈집은 빨리 없애고 정주 여건 등 가치가 있는 빈집은 어떻게든 활용하는 방안을 지자체가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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