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만에 ‘괌옥’ 탈출 한국 관광객들…“물·전기 소중함 느껴”

구아모 기자 2023. 5. 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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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여행객 3400명 순차 귀국... “집에 가 깨끗한 물에 씻고싶다”
괌을 강타한 태풍 '마와르'로 현지에 발이 묶인 한국 관광객들을 데려오기 위한 비행기가 29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다. 이날 출국장 전광판에 괌으로 향하는 비행 일정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수퍼 태풍 마와르’로 공항이 폐쇄되면서 괌에 체류 중이던 관광객 3400여 명이 29일부터 순차적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공항이 폐쇄된 지 일주일 만이다. 태풍으로 전기·수도가 끊기고,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면서 “관광객들이 괌옥(獄)에 갇혔다”는 말도 나왔었다. 일부 관광객은 대체 항공편 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광객들은 이날 오전 긴급 수송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괌에 도착한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승객 180여 명을 태운 진에어 소속 항공기가 최초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부는 29~30일 이틀 동안 총 11편으로 관광객을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용 가능 인원은 2500여 명이다.

외교부 소속 괌 파견 신속대응팀 직원들이 현지시각 29일 미국 괌 주 하갓냐 출장소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물품을 나눠주고 있다.2023.05.29. /외교부

오랜 기간 단전·단수로 음식과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관광객들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깨끗한 물에 씻고 에어컨을 틀고 눕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탓에 못 갔던 신혼여행을 뒤늦게 괌으로 갔던 홍모(34)씨는 30일 새벽 비행기로 귀국한다. 홍씨는 “변기 물도 없어서 수영장 물을 퍼다 나르기도 했는데, 물과 전기의 소중함을 새삼스레 느꼈다”며 “여행을 갈 때보다 집에 돌아가는 게 더 설렐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극한 상황 속에서 다른 관광객들과 현지 교민이 나눠 준 온정 덕분에 따뜻한 기억을 안고 돌아왔다는 관광객도 있었다. 공항 폐쇄 직전인 지난 22일 괌으로 신혼여행을 갔던 이모(35)씨는 29일 오후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씨는 “태풍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괌 쪽은 두 번 다시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여행 온 사람들끼리 의지하며 도왔고, 무엇보다 현지 교민 분들의 도움이 컸다”며 “현지 쌀을 여러 번 불려서 찰기 있는 쌀밥을 지어주신 교민 분들, 나물과 김치, 된장국, 불고기를 나눠줬던 마음에 따뜻한 기억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3400명 중 2500명의 항공편이 마련됐지만, 대체 항공편이 여전히 배정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하는 관광객도 있었다. 커플 여행을 온 김모(30)씨는 지난 25일 항공편으로 출국 예정이었는데 여전히 대체 항공편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김씨는 “호텔도 항공사에서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루하루 연장하며, 혹시나 나가라고 할까 봐 조마조마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며 “인천 항공편에 비해 김해로 입국하는 항공편은 하나라 언제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고 했다. 지난 21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4인 가족 여행을 온 박모(33)씨는 항공사로부터 항공이 지연된다는 안내문을 받은 뒤 대체 항공편에 대한 공지를 따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존 항공권을 환불받은 뒤 새로 표를 구입했다. 박씨는 “당초 갖고 있던 표를 환불받은 뒤 표를 구할 수 있는 날 중 가장 이른 3일 항공권으로 변경했다”며 “차라리 대체 항공편을 기다리라는 공지가 있었으면 기존 표를 바꿔 괌에 2주씩이나 머무르게 되진 않았을 거다”라고 했다.

태풍으로 렌터카 등이 파손돼 어려움을 겪는 관광객도 있었다. 아내, 아이 둘과 함께 가족 여행을 온 하모(45)씨는 “22일 하루 이용한 렌터카가 23일 태풍으로 파손됐다”며 “렌터카에 대한 풀커버 보험을 들긴 했는데, 자연재해로 차량이 심각하게 파손돼 과도한 금액을 요구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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