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밀러 대전]⑤ 빅파마에 밀린 셀트리온·삼성에피스, 다각화·병원입찰 과제

/사진 제공=픽사베이, 그래픽=이승준 기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항암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여전히 글로벌 빅파마에 밀리는 분위기다. 항암제 특성상 글로벌 판매 이력이 핵심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점유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에서 우려가 따라붙는다. 업계는 두 회사가 판매국 다각화 전략을 발판으로 병원 입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7조 시장, 10여개사 시밀러 진입

/사진 제공=셀트리온

25일 업계에 따르면 로슈에서 개발한 허셉틴은 전이성 유방암 수용체 티로신-단백질 키나제 erbB-2(HER2) 치료제로,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 등에 쓰인다.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2014년·2019년에 주요 특허가 만료됐다. 그간 10여개 회사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하며 경쟁구도가 재편됐다.

국내사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으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꼽힌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한 배경은 단연 남다른 시장 규모다. 허셉틴은 특허만료 전 연간 매출이 7조원을 넘을 정도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지위를 누려왔다. 다국적 제약사뿐 아니라 에이프로젠,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삼오제약 등 다수의 국내 기업들도 관심을 노리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셀트리온은 2018년 유럽에서 '허쥬마'를 출시하며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체 브랜드를 내세운 단독영업 전략을 유지하고 있으며, 램시마·트룩시마 등 항체 제품군과 묶어 포트폴리오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허쥬마가 75% 점유율로 4년 연속 처방 1위를 기록하며 지역별 성과를 입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같은 해 유럽에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았다. 해외에서는 오가논과의 협업하에 '온트루잔트'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는 제품명 '삼페넷'으로 보령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국내외에 따라 다른 유통 전략을 택했다. 브라질 등 파머징 마켓(신흥시장)에 진출하며 판매국 다각화도 노리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 과점, 점유율 격차

/자료=다올투자증권, 그래픽=이승준 기자

그러나 업계는 우려점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빅파마가 주도권을 쥔 상태라는 점을 지목한다. 다올투자증권의 리포트를 살펴보면 올해 초 기준 해당 시장의 월별 처방수량·처방액 점유율 톱3는 △화이자 트라지메라 30.3%·26.2% △암젠 칸진티 29.8%·34.7% △비아트리스 오기브리 24.5%·19.7%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같은 기간 점유율에서 처방수량 1.2%, 처방액 1.1%에 그쳤다. 이탈리아에서 29%, 일본에서 75%의 점유율을 내는 등 일부 국가에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주요 시장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의 입지는 제한적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셀트리온보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지만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역부족이기는 매한가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는 같은 시기 처방수량 점유율 2.9%에 처방액 점유율 3.3%로 다소 우세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수준에 머무른다. 게다가 브라질 등 신흥국 진출 성과도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항암제 시장 특유의 병원 입찰 구조를 낮은 점유율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형병원 입찰에서는 임상 데이터 신뢰도와 글로벌 판매 이력이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양사의 제품은 이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약점을 드러내면서 글로벌 빅파마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수반된다.

'유통 범위 확장+신뢰 축적' 병행돼야

/사진 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시장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모두 입찰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판로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목소리가 높아진다. 두 회사가 단기 점유율 확대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 신뢰 확보를 위한 임상 연구와 공급망 안정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바이오시밀러의 성패가 가격 경쟁을 넘어 신뢰와 지속성에 달렸다는 점에서다.

이에 두 회사가 판매국 다변화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본과 이탈리아 같은 일부 국가에서 성과를 낸 경험을 토대로 중남미 등 신흥국까지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브라질에서 판매를 개시하는 등 파머징 마켓 진출을 시도 중이고, 셀트리온 역시 스페인 등 유럽 국가 위주로 현지 유통망을 넓히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 판로 확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암제 특성상 병원 입찰에서 장기적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 검증이 핵심인 만큼 후발주자인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신뢰성을 축적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빅파마가 수십년간 쌓아온 처방 레퍼런스를 단기간 내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항암제는 워낙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결국 브랜드 네임 파워가 가장 크다"면서 "지속적으로 영업하면서 브랜드 네임을 알리는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럴 때 후발주자들이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면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핵심은 마케팅 능력인데, 이걸 금방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데이터 우수성을 어필하는 학회에 참석하는 등의 방식으로 처방의들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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