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협 수준까지 이른 우주 쓰레기, 해답 찾아낸 한국 스타트업

우주교통관리 스타트업,
우주로테크 이성문 대표
우주로테크의 이성문 대표. /더비비드

우주는 멀고 아득한 미지의 공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지구 밖 궤도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수명을 다한 위성의 파편과 발사체 잔해들이 초속 8km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궤도를 떠돌며 멀쩡한 통신, 기상 위성들을 위협하고 있다.

우주를 사랑한 청년 이성문(30) 대표는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우주 쓰레기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했다. 우주 쓰레기를 저감하고 우주 교통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우주로테크 이성문 대표를 만났다.

◇나로호 키즈가 우주 쓰레기 시장 선점 결심한 이유

이 대표는 스스로를 나로호 키즈라고 소개했다. /더비비드

이 대표는 스스로를 ‘나로호 키즈’라고 소개했다. “어릴 적부터 우주를 동경했습니다. 2009년 나로호 발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우주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습니다. 그 이후의 제 선택은 한결같이 우주였어요. 학부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후 연세대 천문우주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미사일 관련 기술과 위성을 연구했죠.”

스마트폰의 등장이 IT 산업을 통째로 바꿔 놓은 것처럼, 우주항공산업에도 변곡점이 생겼다. “이전까지 우주개발은 국가의 영역이라고 믿었는데요. 스페이스X가 민간 우주개발의 문을 열었습니다. 우주 접근 비용이 낮아지면서 국가 연구소가 아닌 기업도 우주를 무대로 삼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겁니다. 스페이스X의 등장 이후 수많은 기업이 정보 습득을 위해 위성을 쏘아 올리기 시작했어요. 습득 가능한 정보는 풍요로워졌지만, 우주 자산 충돌이나 우주 쓰레기 문제가 현실의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죠.”

우주로테크 연구원들이 큐브 위성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 /우주로테크

일련의 문제를 접하면서 연구실 속 문제가 아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싶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갔습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연고 하나 없는 타지에서 우주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콜드 메일을 보내고, 연구소나 기업 건물 앞에서 직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즉석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위성 개발 기업, 부품 개발사, 연구자, 교수 등을 집요하게 만난 끝에 얻은 답은 명확했습니다. 모두가 우주교통관리와 우주 쓰레기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지만, 마땅한 규제나 솔루션이 없어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마땅한 해답이 없다’는 피드백에서 답을 찾았다. “우주물체의 증가 속도는 가팔라지는 추세입니다. 언젠가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 오겠죠. 규제가 생기기 전 우주교통관리 기술을 선점한다면 자본력이 막강한 미국 기업들보다 앞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다만 규제가 언제 나올지 미지수인 상황이라 창업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미리 기술을 축적해서, 우주 교통관리 시장이 열렸을 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결심으로 2023년 우주로테크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수천억원 위성 위협하는 우주 파편, 한국형 관제 기술로 막는다

우주로테크의 위성 폐기 기술을 보여주는 이미지. /우주로테크

우주로테크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단순히 우주 환경 보호 차원이 아니다. 위성과 발사체가 밀집한 지구 저궤도를 도는 물체는 스치기만 해도 위성을 파괴할 만큼 위력적이다. 2009년 러시아와 미국의 위성이 충돌해 3000개가 넘는 파편이 발생했으며, 그 일부는 아직도 궤도를 떠돌며 연쇄 충돌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파편을 피하기 위해 수행하는 ‘회피기동’은 위성 수명을 단축시키고 막대한 운영 비용을 발생시킨다. 방치된 우주 쓰레기가 우주 자산 가치를 저해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우주로테크의 기술 여정은 위성 폐기 기술에서 출발했다. “당장 집중할 수 있는 문제부터 뛰어들자고 판단하고,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임무가 끝난 위성을 대기권으로 유도해 소멸시키는 부착형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얇은 판 형태의 소형 장치로 위성의 겉면에 붙이면 됩니다. 소명을 다한 위성을 의무적으로 폐기해야 하는 규제가 생기는 상황을 전제로 개발한 기술이죠. “

위성 간의 궤도 예측 소프트웨어 화면. /우주로테크

하지만 폐기 장치 개발만으로는 우주 자산을 완벽히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험 요소가 언제 발생하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에 위성 간의 궤도를 예측하고 충돌 위험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우주교통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이 솔루션은 가상의 위성까지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 정교한 회피 정보를 제공합니다. 우주 공간 내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방하는 핵심적인 관제탑 역할을 수행하죠.”

위성 추적 화면. /우주로테크

예측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는 결국 입력되는 데이터의 질에 달려 있다. “그동안 미국 우주군이 공개하는 공공 데이터로 소프트웨어를 구동했는데요. 데이터의 정밀도가 낮아 고품질의 충돌 분석을 수행하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제약을 극복하고자 직접 원천 데이터를 생성하기로 하고 ‘우주영역인식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지상 관측소는 물론 인공위성을 이용해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더 넓은 범위를 정밀하게 탐지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주로테크는 폐기 기술로 쓰레기 발생을 막고, 교통관리 소프트웨어로 위험을 예측하며, 영역 인식 기술로 분석의 정밀도를 극대화하는 3축 체계를 구축했다. ”저희 기술을 통해 기업은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위성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항공우주 기술 자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우주교통관리를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민, 관, 군이 협력해 위성의 전 주기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우리나라도 우주교통관리 역량을 갖춘 국가로 대두될 것입니다.”

◇‘사업 안된다’던 기술,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갔다

누리호 4차 발사체에 자체 위성 코스믹을 탑재했다. /우주로테크

작은 덩치로 우주를 겨냥한 도전은 달콤한 결실로 돌아왔다. 창업 3개월만에 시드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 펭귄,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팁스(TIPS)에 선정돼 정부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는 2023년 디데이로 인연을 맺어 투자 멘토링, 업무 공간 입주 등 각종 지원을 받았다.

시의적절하게 기회의 문도 활짝 열렸다. 2024년 미국을 시작으로 2025년 유럽에서 임무가 종료된 저궤도 위성의 의무 폐기 규제가 법제화됐다. 이전까지는 권고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법적 수준으로 강화된 것이다. “처음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을 때 국내 연구자들은 사업성이 없다며 만류했습니다. 이제는 그 분들이 ‘상황이 이렇게 바뀔 줄 몰랐다’며 연락을 해옵니다. 위험 부담이 큰 도전이었지만, 제가 택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큐브 위성 목업(mock-up)을 들고 포즈를 취한 이 대표. /더비비드

최근 누리호 4차 발사체에 자체 위성 ‘코스믹’(COSMIC)을 탑재해 궤도에 올렸다. 코스믹으로 소프트웨어 예측값과 실제 경로 비교, 폐기 장치 성능 검증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나로호 키즈로서 누리호에 저희의 위성을 탑재한 건 기술 검증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우주를 정말 사랑하고 이 길에 강한 뜻을 둔 사람들과 온갖 위기를 버텨가며 이룬 성취라 감개무량했습니다. 기술 발전이 교통사고 확률과 위험도를 낮춘 것처럼, 우주로테크를 우주에서의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데 보탬이 되는 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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