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형 제약사에 "미국 약값 낮춰라" 압박…업계 대응 분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개 대형 제약사에 60일 이내로 미국 내 약값을 인하에 대한 “구속력 있는 약속”을 요구하자 업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백악관

1일(이하 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전날 백악관은 트럼프가 17개 주요 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오는 9월 29일까지 최혜국대우(MFN)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를 명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앞서 MFN이 "다른 선진국이 지불하는 약값 중 최저 가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서한에서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2~3배 비싸다고 주장했다. 또 제약사들이 “책임을 회피할 경우” 정부가 “착취적인 약가 관행으로부터 미국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보유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서한은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베링거인겔하임, 일라이릴리, 길리어드, GSK, 존슨앤드존슨, 머크,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사노피 등 주요 제약사에 발송됐다.

백악관은 제약사들에 미국의 저소득층 의료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 수혜자들에게도 MFN 가격을 제공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또한 중간 유통업자인 처방급여관리업체(PBM)를 거치지 않고 미국 환자들에게 직접 약을 판매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제약사들의 약가 정책이 “불공정”하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고 미국 내 약가를 80%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일부 약품의 미국 내 가격을 해외보다 낮은 MFN 가격에 연동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약값 인하 방침을 공식화했다. 앞서 트럼프는 일부 제약 제품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러 제약사들은 트럼프가 제기한 문제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미국 정부와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비만치료제 위고비 생산업체인 노보노디스크 대변인은 “환자 접근성과 약가 부담 완화에 집중하고 있고 환자들이 필요한 약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스칼 소리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 자리에서 “가격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며 개인적으로 가격 균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MFN 정책 및 미국 내 생산 투자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다른 제약사들에 이어 지난주 미국에 500억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노바티스의 바스 나라심한 CEO도 지난달 미국 약가 인하를 위한 MFN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의 이번 발표가 경고의 성격이 강하지만 제약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논의를 진행 중인 만큼 대응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이지 와카오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는 엄격해 보일 수 있지만 정부와 기업 사이에 일정 수준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적으로 제약사에 큰 악영향을 미칠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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