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붕괴하는 한국 의료 - 정부와 의사 사이, 국민이 사라졌다

이지수 first@mbc.co.kr 2024. 9. 2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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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저희 병원은 안돼요"

◀ VCR ▶

[구급대원] "35세 남성분이시고요, 가슴 답답한 증상이랑 머리 쪽으로 피가 안가는 느낌이 들어서, 말도 좀 느려지신 것 같고…"

[응급실 의료진] "선생님 근데 웬만하면 근처로 가셔야 될 것 같거든요."

[구급대원] "저희 여기 청담동이고 영동대교만 건너면 바로 ○○대 병원이에요. 지금 4km라서 제일 가까운 병원이 ○○대 병원이라고요."

[응급실 의료진] "2차 병원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구급대원] "2차 병원이요? 의식이 처지고 40도인데요, 열이?"

[응급실 의료진] "이 정도 가지고는 저희 응급실은 '진료가 어렵다'라고 하셔서요."

[응급실 의료진] "선생님 거기 바로 옆에 ○○○○ 병원 있지 않나요?"

[구급대원] "○○○○(병원) 지금 안 된다 해서 그래요. '뇌졸중 불가'로 되어 있어요. '신경계통 불가'로 돼 있어요. 저희 타기(태블릿 기기)에. 구급 정보에."

[응급실 의료진] "그 근처 다른 병원도 있지 않나요? 가까운 데 빨리 가셔야 될 것 같은데요."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방금 들으신 다급한 목소리, 최근 119 구급대원들과 대형 병원 응급실 사이에서 이뤄진 통화들입니다.

허겁지겁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으려 전화를 건 구급대원들이 들은 대답은

'응급실 의사가 없어 여력이 안된다.'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게 낫다.'

'증상이 경미해 받을 수가 없다' 같은 절망적인 답변들이었습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8개월 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를 취재했습니다.

1. 응급실 대란 없었다?

◀ VCR ▶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근처에 있는 국방홍보원 신축 공사 현장.

지난달 28일, 이곳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4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던 대학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족으로 환자 이송을 거부했습니다.

반경 7킬로미터 거리에 있던 대형병원 9곳도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1시간 넘게 이어졌고, 환자는 11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구로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다음날 열린 대통령실 국정 브리핑.

의료현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8월 29일)]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지역의 이 종합병원들 이런 데 좀 가보시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있지만. 일단 비상 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고."

응급 현장의 의료진들은 현장을 모르는 건 오히려 대통령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남궁인/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8월 30일)] "얼마나 많겠어요, 권역센터에 아프다고 오는 사람이. 근데 몸은 저 하나, 저 혼자니까 그걸 다 듣고 판단해서 가장 죽음에 가까운 사람만 골라서 제 몸이 한도에 딱 되는 데까지만 봐야 합니다. 이게 지금 권역센터에서 간신히 운에 기대서 운영하고 있는 방법이에요. 아주 위험한 의료 행위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119를 타보라며, 응급실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모든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심각한 정보의 왜곡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추석 의료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던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4일에는 경기북부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의정부 성모병원.

추석 연휴가 시작된 13일에는 서울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어린이병원을 찾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우리아이들병원 방문, 9월 18일)] "정부가 더 많이 지원하고 뒷받침할게요. 고맙습니다."

응급실로 위급하지 않은 환자가 몰리는 걸 막겠다는 취지로, 정부는 추석 직전 경증 환자의 응급실 진료비 부담률을 50% 수준에서 90%로 대폭 올렸습니다.

연휴가 끝난 뒤엔 추석 기간 응급 의료 대란은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9월 18일)] "연휴 전에 일부에서 우려했던 거와 같이 의료 공백으로 인한 큰 불상사나 큰 혼란은 없었다고 봅니다."

추석 연휴 기간, 취재진들도 병원 응급실을 돌았습니다.

추석 전날인 지난 16일 새벽, 서울 안암동.

한 중년 부부가 대학병원 응급실을 빠져나옵니다.

[응급실 진료거부 환자 부인(9월 16일)] "여기 왔는데 여기서 또 봉합이 안 된대요. 여기서는 안 된대요, 중증 환자밖에. <경증이라고 안된대요?> 네."

벌써 세 번째 거절입니다.

파킨슨병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남편은, 혼자 길에서 넘어져 이마, 턱 등 여러 곳이 찢어졌습니다.

[응급실 진료거부 환자 부인(9월 16일)] "우리 집 아저씨 같은 경우는 정상이 아니거든 지금. 파킨슨이 지금 오래됐어요. 급할 때는, 명절 때 같은 때 이런 사람을 안 봐주고. 급하면 우리는 어디를 보고 어디를 가라고."

추석 당일인 17일 새벽 부산에서는 30대 여성이 경련을 일으키며 위급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구급대가 출동해 부산 뿐 아니라 경남 진주, 심지어 충남 천안까지 92곳의 병원에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환자 이송을 거부당했습니다.

이 환자는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김동욱/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사무처장] "'응급실 뺑뺑이'라 하는데 '응급실 전화 뺑뺑이'입니다. 전화를 병원에 이제 이런 환자를 데리고 가는데 받을 수 있느냐 물어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오지 말라는 거죠."

청주에서는 양수가 터진 임신 25주차 임산부가 병원 75곳에 이송을 문의했다,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충북도청이 나서 6시간 만에 병원을 찾았습니다.

[☎응급실 진료거부 환자 남편(9월 15일)] "그냥 뭐, 앞이 캄캄했죠. 셋째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서 저희가 결심한 거는 다시는 아이를 못 낳을 것 같다는…"

아이가 밤새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지만 비싸진 진료비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엄마도 있습니다.

[소아환자 보호자(9월 17일)] "응급실 가서 약만 지어오는데 39만 원, 막 병원비가 그렇게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돈도 많이 들기도 하고. 응급실에서도 대기를 막 3~4시간씩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고생할 거면 그냥 아침에 와서 외래로 진료를 보자 하고 기다렸어요."

문을 연 동네 병의원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됐습니다.

몰려든 환자에, 경기도 일산의 한 소아과는 진료 시작 20분 만에 대기 환자가 100명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김용희/소아환자 보호자(9월 18일)] "(아이가) 토요일 날 아팠는데 받아주는 데가 없어요. <못 받아준다고 하는 병원은 이유는 뭐예요?> 소아를 볼 수가 없대요. 볼 수가 없다, 이렇게 하더라고요. 열이 많이 나도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정갈등 8개월째.

환자들은 여전히 병원을 찾아 헤맵니다.

[이형민/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지금은 뭐 용산은 '그렇지 않다'라고 얘기를 하겠지만 사실은 재난 상황입니다. 정말로 그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중앙사고대책본부부터 해체하라 그러세요. 아니 뭐 난리도 아닌데 왜 파란 옷 입고 나와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합니까?"

2. 숫자 뒤 응급실의 현실

◀ 이휘준 ▶

이 문제 취재한 이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는 지난 3월에도 '의정갈등' 문제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예상했던 것보다 지금 상황이 더 안좋은 겁니까?

◀ 이지수 ▶

그 당시에도 이렇게 가면 오히려 필수 의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고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먼저 응급실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VCR ▶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지난 2020년 세종시 첫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학병원입니다.

그런데 지난 1일 이곳 응급실 앞에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당분간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야간엔 성인 진료를 할 수 없다고 적혀있습니다.

[세종충남대병원 직원] "<이유가 뭐예요?> 의사가 없어요. 아예 응급실에 교수님이 안 계세요. 그래서 환자분 와도 의사가 없어서 진료가 안된다고 원무과에서 설명해 주고. 이제 119에 연락해서 다른 병원…"

올해 초만 해도 이 병원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5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그만두고, 지금은 7명만 남았습니다.

성인야간진료가 중단된 그날 밤 응급실 앞을 지켜봤습니다.

다급하게 어린 환자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보호자 사이에서 헛걸음을 하는 성인 환자들이 눈에 띕니다.

[세종충남대병원 내원 환자] "<혹시 어디가 안 좋아서 오신 걸까요?> 아, 아파요."

같은 날 밤 충북 청주의 하나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소속이 '세종'으로 적힌 구급차가 들어와 60대 여성을 응급실로 옮깁니다.

세종충남대병원이 성인 환자를 받지 않다보니 25km 가량 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온 겁니다.

[청주하나병원 내원 환자] "<선생님 세종에서 오셨나요?> 네. <거기 응급실, 큰 응급실이 하나 있거든요. 세종충남대병원이 있어요.> 거기는 의사들이 안 한대요."

결국 하루만에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6시, 세종시의 한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던 70대 남성이 발을 헛디뎌 계단을 구르며 머리를 다쳤습니다.

세종충남대병원이 10분 거리였지만 야간진료 중단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낙상사고 환자 보호자] "1분 1초가 급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받아주는 병원도 없었고."

약 50분 만에 간신히 근처 2차 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신경외과 전문의가 이미 퇴근한 뒤였습니다.

밤새 발작과 경련을 일으킨 환자는 이튿날 청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한 달 가까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낙상사고 환자 보호자] "현재로서는 사실상 가망이 좀 많이 희박한 그런 상황입니다. 애시당초에 대학병원에서 입원을 한 상태에서, 출혈이 커졌을 때 바로 수술을 받는 조치를 받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됩니다."

세종시만 이런 게 아닙니다.

충주건국대병원,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응급실도 전문의들이 사직하거나 휴직에 들어가 일부 진료가 차질을 빚었습니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센터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에선 전문의 1/3이 빠져나가 매주 수요일 성인야간진료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직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지금 몇 분 계세요?> 8명 정도 있어요. 12명 계셨는데 지금 8명 남으신 거예요."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내원 환자] "제가 살점이 크게 베여서 한번 찾아와 본 건데, 응급실에. 응급실에 들어갔더니 간호사분이 '지금 진료할 의사분들이 없다. 그래서 2차 병원을 가봐라."

경기 남부의 유일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아주대병원 응급실에선 14명이었던 전문의 가운데 3명이 이미 나갔고, 최근 추가로 4명이 사직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8월 기준 전국의 응급의료센터 의사는 1,700여명.

작년 4분기보다 4분의 1 넘게 줄었습니다.

지난 2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순식간에 7백 명 넘게 줄었고, 이제는 전공의가 하던 일을 가져온 전문의들마저 과중한 업무를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채동영/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아무리 경증 환자를 거르고 걸러낸다 해도 진짜로 중증, 그다음에 응급환자들로만 해도 지금 응급실이 힘든 상태가 됐고요. 한번 그렇게 이탈이 시작되고 나면 남은 사람들은 그것보다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고 그런 과부화가,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하지만 정부는 응급의료체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국 응급실 411곳 가운데 24시간 운영에 차질이 생긴 곳은 5곳 정도이고, 응급실 병상수도 평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지적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라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국회 대정부질문, 9월 12일)] "<국민들이 죽어 나가잖아요.> 그거는 가짜 뉴스입니다. 가짜 뉴스예요. 죽어나가요? 어디에 죽어나갑니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을 모욕하는 겁니다."

하지만 응급실 의사들은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바라본 판단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형민/한응급의학의사회장] "제가 일하고 있는 응급실에 침대가 25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혼자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중환자가 2명이 왔어요. 제가 중환자 중에 1명을 보고 있습니다. 나머지 24명은 방치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을 여는 게 그럼 정상화냐. 아니라는 거죠. 기능을 제대로 해야 정상화죠. 문만 열고 있으면 뭐 합니까?"

의료공백 기간, 응급실을 찾아온 전체 환자는 줄었지만 권역응급센터가 다른 병원으로 보낸 중증 응급환자의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진료역량이 높은 권역응급센터가 심각한 상태의 환자를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수도권 지역응급센터 전문의]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서울의 큰 병원들에서 받아줄 수 있는 환자들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아예 안 돼서 돌아가시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그런 게 안타깝죠. <선생님 환자분들 중에도 그러신 경우가 혹시 최근에.> 있었습니다. 수술을 해야 되는데 안 돼서 이제 받아줄 곳이 없어서."

[이강의/한림대성심병원 권역응급센터 전문의] "저희로서는 답답하죠. 일단은 다른 병원에서 전원 요청이 들어왔을 때도 이전만큼 수용을 해드리지 못하니까. 응급 수술이 안 되는 것 때문에 환자 수용을 못 한다든지 그런 전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은 거의 상시로 생기고 있습니다."

3. 진짜 위기는 필수 진료

◀ 이휘준 ▶

응급실 문은 열어놨지만, 환자들이 들어가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건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 이지수 ▶

일단은 방금 보신 것처럼 응급실의 전공의와 전문의가 떠나갔기 때문입니다.

응급실 의사들이 1차로 조치를 한다 해도

증상에 맞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과로 환자가 연계가 돼야 하는데요,

치료를 맡아야할 필수 진료과들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두번째 이유입니다.

◀ VCR ▶

밤 9시 서울 아산병원 외상외과 중환자실.

전문의 홀로 14명의 중환자를 지키고 있습니다.

차트를 보고, 환자 호흡기를 점검하고, 상처 부위를 돌보며 쉴새 없이 돌아가는 시간.

"잠깐 짬이 나네요"

잠깐 숨좀 돌리려는 사이, 응급실에서 연락이 옵니다.

[장예림/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ACS(중환자·외상외과) 당직입니다. 어떤 환자죠? <지금 응급환자가 발생한 건가요?> 외상환자가 왔다고 해서 <응급실에요?> 네."

1시간 만에 응급실에서 나와 다시 중환자실로 뛰어갑니다.

[장예림/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지금 또 또 상황이 생긴 거예요?> 네 중환자실에<아 중환실이에요? 이번엔?> 네."

닷새에 한 번 이렇게 당직을 섭니다.

[장예림/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지금 근무하신지 몇 시간째이신가요?> 아침 6시부터 하니까 지금 16시간째. <16시간째> 보통 이제 일 마무리하면 11시에 퇴근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오전?> 네. 오전 11시. 다음날 오전 11시. 근데 제가 오후에 또 원내 일정이 있어요. 그게 1시에 시작하거든요. 끝나면 2시. 마무리하면 3시 되겠죠?"

응급실은 위급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면서 증상에 따라 적절한 진료과로 연결을 하는 공간입니다.

보통 필수 의료과로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과 연계가 됩니다.

이를 '배후진료'라고 부르는데, 필수 의료과 역시 전공의 이탈 후 사정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5살 아이의 엄마.

주말에 아이가 열이 40도가 넘어 동네 소아과에 데려갔더니, 소장이 대장으로 말려들어가 괴사가 생길 수 있는 '장 중첩'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에 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10곳 넘는 응급실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응급실 진료거부 환자 보호자] "한 13군데 정도 전화했던 것 같고요. 일단 절반은 전화를 안 받으세요. 미치죠. 애는 아프다고 하고 이러다 진짜 큰일 나는 건가."

119로부터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직접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던 도중, 당장 치료는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소아과 전문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시 소아과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을 수소문해 1시간 반 거리인 경기도 안산까지 가야 했습니다.

동네 소아과에서 응급실까지, 5시간이 걸렸습니다.

[응급실 진료거부 환자 보호자] "화나고, '왜 이렇게 됐지?' 기억이 안나는데 제가 손이 막 바르르르…긴장되고 초조하고 하니까 떨면서 손을 떨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조마조마하니까 그냥 빨리 어디든 무조건 이제 어디든 가야되니까."

응급실 문이 열려있어도, 치료할 수 있는 필수 의료 전문의가 없는 상황.

심근경색, 뇌경색, 흉부대동맥 등 27개 중증응급질환 치료가 가능한 곳은 한때 전체 응급의료센터 180곳 중 88곳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임준/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 "수술을 하면 외과 의사가 있어야 되잖아요. 신경외과 의사가 있어야 되잖아요. 신경과 의사가 있어야 되고. 심혈관계, 순환기, 심장내과 의사가 있어야지 시술도 하고 수술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의사는 당직을 설 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거예요."

전공의 집단 사직에서 비롯된 도미노는 응급실 바깥으로 번져 전반적인 한국 의료 역량을 약화시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 등 중환자실 42곳에서 전문의들 11%가 이미 퇴사했습니다.

[홍석경/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 "이제 전공의들 나가고 전임의들 나가면서 제가 꼬박 두 달을 3일마다 한 번씩 당직을 섰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어나는 야간이라든지 휴일에 일어나는 모든 시술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 업무 강도는 굉장히 높고 과연 이런 사람들이 그 일을 했을 때 의료의 질이 유지될 수 있느냐, 그거는 뭐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올해 상급종합병원의 암 수술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상급종합병원의 6대 암 수술 건수는 3만8,383건.

1년 전에 비해 7천7백 건, 16%나 줄었습니다.

간암 수술은 23%, 위암 수술은 21%, 폐암 수술도 18% 감소했습니다.

원할 때 병원에서 치료나 수술을 받는 건 특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소방서 구급대원] "어느 병원에 '우리 아들이 있다' 아니면 '연락이 됐다. 가 달라' 이렇게 하시는 분도 있고요. 가족도 있고, 지인도 있고 본인들이 말 그대로 구급차에서 이제 안 구해지다 보니까 아는 의사 막 전화하고 이렇게 해서 알아봐지는 경우도 있고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

인요한 의원이 휴대폰을 만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 언론사에 잡힌, 인 의원이 누군가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상대가 '부탁한 환자 지금 수술 중, 조금 늦었으면 죽을 뻔'이라고 하자 인 의원이 '감사'하다고 답했습니다.

인 의원은 국민의힘 의료개혁 특별위원장이자 세브란스 병원 의사 출신입니다.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게 청탁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장철민/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9월 5일)] "대학병원에 수술 빨리 해달라고 청탁하는 게 청탁금지법 위반입니까? 아닙니까?"

[유철환/국민권익위원장] "그게 지침에 위반된다면 당연히 위반일 수도 있겠습니다."

인 의원은 이미 정해져있는 수술이었고, "누군지 잘 모르는 목사로부터 '환자가 위독한데 집도의가 괜찮은지' 묻는 전화를 받고, 마침 집도의가 동기여서 수술을 잘 부탁한다고 한 게 전부"라며 "입원이나 수술을 청탁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4. 붕괴 조짐 한국 의료

◀ 이휘준 ▶

암 수술이 저렇게까지 줄어들었다면, 꼭 필요한 수술조차 미뤄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이지수 ▶

안 그래도 필수 의료가 아슬아슬한 상태였는데,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이후 붕괴가 시작됐다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 이휘준 ▶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필수 의료와 공공 의료를 살리자는 목적 아니었습니까?

◀ 이지수 ▶

네, 당초 기대와 거꾸로 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건데요.

의료 개혁 이야기가 나온 배경부터 살펴보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짚어보겠습니다.

◀ VCR ▶

추석 전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경기도 의정부 성모병원.

이곳엔 경기 북부의 유일한 권역외상센터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9월 4일, 의정부 성모병원)] "필수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이 될 수 있는 그런 지원을 최대한 다 하겠습니다."

연휴 기간인 지난 16일, 이곳에 아파트 9층에서 추락한 환자가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습니다.

"3, 2, 1. 리드(심전도측정장치) 확인해주세요"

의료진 6명이 달라붙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하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조항주/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장] "현장에서부터 심장이 멎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한테는 1분, 1분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심폐소생술 한 20분 조금 넘게 한 것 같아요. 25분 정도 한 것 같은데 돌아가셨어요."

권역외상센터.

365일 24시간 언제라도, 이른바 '골든 아워' 안에 중증외상환자가 수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진 곳입니다.

정부의 예산 지원도 받습니다.

하지만 12명이었던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의 전문의는 9명으로 줄었습니다.

전국 17곳 권역외상센터에선 2년 8개월사이 11명의 전문의가 빠져나갔습니다.

사명감으로 버티기엔 일은 일대로 힘들면서 위험하고, 월급은 개원의에 비해 적습니다.

[조항주/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옛날에는 그런 고민을 안 했어요. 왜냐하면은 당연히 (환자가) 7층, 8층에서 떨어지면 머리, 가슴, 배, 팔, 다리가 다 다치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는 내가 하는 거고 내가 못하는 부분은 각 임상과가 해주면 되는 건데, 각 임상과가 너무너무 힘들어하다 보니까 나 혼자는 다 할 수 없는 게 생기고 그러면 우리도 환자를 받기가 어렵고."

외과 수술의 경우 여러 의료진이 투입되기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지만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수가는 원가의 81%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MRI나 CT같은 기계를 이용한 영상 검사의 수가는 원가보다 높습니다.

병원 입장에선 수술이 많은 외상센터는 운영할수록 손해, 검사는 많이 할수록 이익입니다.

[임진수/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외과 사직전공의)] "심사팀에서 연락이 와서 막 '선생님 이렇게 하면 병원이 마이너스예요' 그래서 처음에 되물어봤어요. '뭐가 마이너스예요? 그러니까 수익이 덜 난다는 얘기예요?'.'아니요 그냥 마이너스라고요' 그렇게 말씀을 하세요. 사실 저 되게 충격을 받았거든요."

이러다보니 의사와 병원 모두에게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누적됐습니다.

지난 2020년 기준 전문의는 총 10만 3천여 명.

10년 전에 비해 40% 이상 늘었는데,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전문의 증가율은 10%대에 그쳤습니다.

반면 피부과와 정형외과는 40%, 성형외과와 마취통증의학과는 50% 이상 늘었습니다.

의사들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수가의 제약이 덜한, 고가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영역으로 향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고, 필수의료 수가를 올리는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2월 1일)] "먼저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가 중요합니다.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도 의료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한국 의료 시스템은 울퉁불퉁한 돌로 쌓아올린 돌탑처럼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균형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환자들이 진료비 부담 없이 손쉽게 병원을 찾는 이면엔 진료 시간을 줄여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면서 낮은 수가를 우회한 병원과, 나중에 전문의가 되면 안정적인 고소득을 올릴 수 있기에, 지금은 낮은 인건비를 받으며 1주일에 법적으로는 최대 80시간, 실제로는 100시간의 살인적 노동을 하고 있는 전공의가 있었습니다.

[전진한/전국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2009년에도 흉부외과 수가를 2배로 올려줬는데 당시에도 전공의가 지원자가 거의 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늘어난 수가를 가지고 그냥 병원 경영진들이 그냥 수익으로 챙겨가고 그게 인력 충원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런 일이 반복이 됐었고."

환자와 병원, 의료진 모두를 감안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했는데, 정부는 19년째 3천 58명으로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근거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자기 2천 명 더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필수 의료에 1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건강보험의 누적 준비금은 28조원입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2월 6일)] "2006년도부터 19년 동안 묶여 있던 의대 정원도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확대하겠습니다."

이는 아슬아슬한 균형에서 돌을 빼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홍석경/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 "한번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고 사실은 지금 내부에서 이렇게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저 사람이 사직서를 냈대' 이런 말을 들으면 사실 같이 무너지는 거죠."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있다 사직을 한 뒤 최근 한 2차 병원에 일반의로 취직한 김찬규 씨.

[김찬규/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수련을 안 하겠다는 거지 평생 의사를 안 하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곁으로 돌아가서 환자를 보고 싶거든요."

의대생을 많이 뽑으면 필수의료 분야로 흘러들어갈 거라는 정부의 말에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김찬규/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너는 모자라니까 밀려나온 애야'라는 식의 취급이라고 느낌이 들어서 제가 갖고 있는 사명감을 정면으로 부정당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욕적이었고 슬펐습니다."

전공의들이 개원가로 쏟아져나오면서 실제 수령액 기준으로 월 1천만원이 훌쩍 넘던 봉직의, 즉 '페이닥터' 월급은 요즘은 3~4백만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복귀율은 8.4%에 불과합니다.

[김유영/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서울경찰청, 9월 11일)] "사실 언제 어디가 아파도 상급병원에서 VIP 대접을 받는 권력자들이 의료 현안에 대해서 의료정책에 대해서 결정을 한다는 게 화가 납니다."

5. 피해자는 국민

◀ 이휘준 ▶

의정갈등이 시작되고 6개월이 지난 지난달 30일에야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이 나왔습니다.

◀ 이지수 ▶

중증 수술 등 1천여 개의 의료 행위 수가를 올리고, 필수 진료과 전공의 수당 인상,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비율 70% 확대 같은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나왔던 이야기이고 여전히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이휘준 ▶

그러다보니 의정갈등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이지수 ▶

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정부와 의사 양측의 강경 대치를 취재했습니다.

◀ VCR ▶

올해 초부터 인터넷에 '감사한 의사'란 제목의 명단이 올라왔습니다.

사직하지 않고 현장에 남은 전공의와,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 의사 증원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의 실명과 소속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블랙리스트였습니다.

이들을 향해 '부역자', '매국노'라는 일부 의사들의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 "좌표를 찍었는지 계속 지금 뭐 협박 전화. 얼마나 지금 해괴망측한 상황에 있는지, 뭐."

명단을 처음 올린 사람은 사직한 전공의 정 모 씨였습니다.

[정○○/'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사직 전공의 (9월 20일)] "<혐의 인정하셨습니까?> <블랙리스트 왜 작성하신 거예요?>"

정 씨가 구속되자 의사들 사이에서는 정 씨를 '독립투사'로 치켜세우는 모금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의대생들의 커뮤니티에는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 '사람들 더 죽어나가면 좋겠음'이란 글이 올라옵니다.

[하은진/서울대병원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교수] "그거는 사람이면 하지 말아야 하고 의사라면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들인데. 원래 가져야 하는 도덕성이나 사회적인, 기본적인 태도를 잃어버렸다고 생각을 했어요."

박용언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간호법을 환영하는 대한간호협회 보도자료를 공유하면서, "주어 목적어 생략합니다." "그만 나대세요. 그럴 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라고 적었습니다.

조롱과 혐오를 동원한 일부 의사 집단의 버티기.

집단 사직과 집단 휴학.

강경 대응 일변도인 정부.

8개월 째 이어진 평행선에 의정갈등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의정협의체 구성도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8월 29일)] "저는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의사 단체에게도. 단체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들이 쭉 소통을 해왔습니다마는 통일된 어떤 그 의견의 도출이 안 됩니다. 그렇다고 그럼 도출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안나/대한의사협회 대변인 (9월 13일)] "정부는 협의를 하자면서도 동시에 아무 죄 없는 전공의들을 경찰서로 불러 전 국민 앞에 망신을 주고 겁박하면서 협의체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이는 대화 제의가 아니고 의료계에 대한 우롱입니다."

대통령실은 오늘 의료계 추천 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의료 수요.

의사들이 기득권과 이권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

지난 2월, 의대정원 확대 발표 직후만 해도 정원을 늘리는 게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여론은 76%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선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잘된 일'이라는 답변이 56%, '잘못된 일'이라는 답변은 34%였습니다.

특히, 의료 공백에 정부가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여론은 21%에 그쳤습니다.

내년 의대 정원을 두고 당정 사이에서도 엇박자가 빚어졌습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당대표 (9월 10일)] "협의체 출범의 전제조건으로 뭐는 안된다, 그런 거 없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9월 12일)] "2025년의 우리 모집 요강은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것은 그대로 진행을 해야 된다."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동훈 대표의 대통령 독대 요청은 사실상 거절당했습니다.

전국의 의대생 1만 9천3백 명 가운데, 이번 학기에 등록한 학생은 고작 653명.

나머지는 휴학 중입니다.

[이상일/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40명 중에 38명이 나가고 지금 2명이 수업을 듣고 있으니까 제가 있는 학교 같으면 지금 현재 한 학년 정원이 40명인데 올해 110명이 늘었습니다. 그러면 40명이었던 데, 지금 그대로 유급이 되면 이제 150명이 되게 되는데 거기에 대한 준비도 그렇고 지금 뭐 정상적인 교육이 좀 어렵다고 봐야죠."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과정의 혼란과 이어진 의료 공백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의료 정책의 대의명분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하은진/서울대병원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교수] "의료개혁, 본인들이 뚜벅뚜벅 걸어가서 되는 거 아니거든요. 이거는 결국은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들도 협조해야 되고,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들도 협조하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는 거거든요. 다 적으로 돌리고, 다 불안하게 만들어 놓고."

[응급실 진료거부 환자 보호자] "살면서 이제 뭐 아파서 혹시 잘못될까봐 걱정한 적은 있어도 병원을 못 갈까봐 걱정한 적은 없었던 것 같거든요. 저 어렸을 때로 돌아간 거 같아요. 한 1980년대…"

◀ 이휘준 ▶

정부와 의사 모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사이 국민들은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이지수M 기자(firs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641410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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