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아이폰 효과' 불확실…AI 기능 수혜 입을까

LG이노텍 서울 마곡 본사 전경 /사진 제공=LG이노텍

LG이노텍이 매출 의존도가 높은 애플 '아이폰' 시리즈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지난달 출시된 신제품 아이폰 16의 초기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애플이 전체 출하량을 하향 조정하고 판매 가격을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공급망 내 부품사들의 경쟁 강도가 높아지며 단가 압박이 심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아이폰 의존도가 높은 LG이노텍도 하반기 수익성이 시장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과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공급한다. 연간 매출의 약 70% 이상이 애플에서 발생할 정도로 LG이노텍에는 가장 큰 고객이다. 올해도 애플의 신규 스마트폰 아이폰 16 시리즈의 출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됐다. LG이노텍이 독점적인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카메라모듈인 '폴디드줌'이 확대 적용되는 데다, 인공지능(AI) 관련 기능을 탑재한다는 소식에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이폰 16 시리즈의 초기 수요는 전작 대비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신제품의 출시 첫 주 판매량은 전작 대비 12.7% 감소한 3700만대를 기록했다.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리드타임도 짧아졌다. 고사양 모델인 '프로맥스'와 '프로'의 리드타임은 각각 25.5일과 18.5일로, 작년보다 40%가량 줄었다. 신제품을 찾는 사람이 적어 구하기가 비교적 쉬워졌다는 뜻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부품이 탑재되는 프로맥스와 프로의 판매량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애플이 내세운 AI 기능의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에 판매가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이 판매 부진에 따라 출하 계획을 하향 조정하면 LG이노텍의 실적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애플은 신제품부터 폴디드줌 적용 모델을 프로와 프로맥스 등 2개로 확대했고, 초광각 카메라의 화소 수를 상향하는 등 성능을 개선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애플향 폴디드줌 초도물량을 단독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16 시리즈의 출고가가 동결되면서 부품 공급사에 대한 단가 압박과 경쟁 강도가 심화한다는 점은 변수다. 현재는 LG이노텍이 고부가가치 부품을 담당하고 대만 폭스콘과 중국의 코웰이 나머지 물량을 공급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공급망 진입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만약 다음 '아이폰 17' 시리즈에서도 가격 동결이 이어진다면 향후 애플 가치사슬 기업의 부품 가격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신제품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LG이노텍의 실적도 부진이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1일 LG이노텍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3187억원에서 1476억원으로 53.7% 낮췄다. 전년 동기 대비 19.5%, 전분기 대비 2.7% 감소한 수치다. 원·달러 환율 하락과 전방 산업 부진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LG이노텍의 애플 공급망 내 입지는 아직 공고하고, AI 기능 고도화에 따라 아이폰 시리즈의 수요 반등 여지는 남아있다. 애플은 이달 말부터 영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AI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해, 내년 출시할 신제품에서 더 본격화된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능에서 카메라의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해당 부품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LG이노텍도 수혜가 예상된다"며 "다만 AI 시장 개화 시점에 따라 실적에 부침을 겪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