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금관가야 담은 몸짓 '전 세계'로-최선희가야무용단

금관가야 도시인 김해를 무용으로 표현해 18년째 국내외에 알려온 한국무용가가 있다. 최선희가야무용단을 이끄는 최선희(55) 단장이다.

그가 일궈낸 가야의 춤 '가야지무(伽倻之舞)'는 금관가야를 상징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동아시아문화도시 개막 축하 공연을 비롯해 김해시 굵직한 행사마다 최선희가야무용단 활약이 특출하다. 그럼에도 최 단장은 지역 청소년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면 자신이 더 분주히 움직여야 하는데, 힘에 부칠 때도 잦다고 했다.

가야춤은 가야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무용으로 만들어 가야 복식을 입고 공연한다. 그는 왜 아무도 만들라고 권유하지도 않은 가야의 춤을 창작했고, 전 세계에 가야 춤으로 김해(가야)를 알리려는 것일까. 16일 김해시 삼정동에 임차해 운영 중인 최선희가야무용단 사무실에서 최 단장을 만났다.

최선희가야무용단 공연 모습. /최선희가야무용단

서울 토박이 억양이 먼저 다가와 그에게 김해에 어떻게 정착하게 됐는지를 물었다. 그는 2001년 남편과 시아버지가 김해 주촌에 자리 잡고 사업을 차리면서 김해에 살게 됐다. 하지만 남편은 얼마 있지 않아 서울로 다시 가서 다른 사업을 하고 있고, 최 단장은 김해에 남았다. 2004년 김해에서 무용학원을 차렸는데, 인천시립무용단 5년 경력이 학원 운영 토대가 돼 아동 뮤지컬 공연까지 할 정도로 성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학원 운영 2년 만인 2006년 최선희가야무용단도 창단했다.

"인천시립무용단 경력 5년, 무용학원 운영, 김해 가야라는 세 가지가 최선희가야무용단을 만드는 요소가 된 거예요. 당시 무용 공연에 가사가 있는 음악은 안 된다, 남들이 잘 모르는 음악을 써야 한다 등 틀에 박힌 한국무용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김해에서 제 마음대로 창의적으로 무용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가 무용단 슬로건을 '가야의 춤을 세상 끝까지'로 정하고, 춤 이름을 '가야지무'로 지은 것은 박경용(김해문인협회 고문) 작가 힘이 크다.

30대 때 문협 행사에서 공연하고서 박 작가와 인연을 맺은 그는 현재까지 가야 춤 공연에 함께하고 있다. 박 작가가 가야 설화를 바탕으로 한 가야 춤 공연 작품을 써주면 최 단장과 무용단원들이 같이 연구해서 춤을 만들고 음악을 골라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는 "박 선생님이 처음 <아, 가야>라는 책을 주셔서 2011년 그 작품으로 가야 춤을 창작해서 공연했고,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진정한 가야 춤 의미를 생각하며 '가야지무'라고 이름붙여 공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야지무' 첫 번째 이야기는 2021년 '가야! 가야! 가야!'였고 무용단 창단 이후 15년간 쌓은 가야 춤을 3시간 동안 보여줘 관객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김해시 창작 오페라 <허왕후> 안무·공연도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두 번째 '가야지무'와 올해 3월 세 번째 '섬섬이와 해선이의 사랑 이야기'는 김해문화관광재단 불가사리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공연했다. 다음 달 15일(오후 5시 김해문화의전당)에는 김해문화관광재단 지원으로 '포구나무 무접마을 이야기'를 주제로 가야지무 네 번째 창작무를 선보인다.

그가 만드는 가야지무 특징은 주연과 조연 외 앙상블(마을 사람들)에 수련생과 학부모들을 출연시키는 점이다. 또 관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전통과 예술성에 기본을 두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재밌게 창작무를 만들어내 호응을 얻고 있다. 전공 무용수들과 작품을 함께 만드는 방식도 장점이다.

이런 최 단장의 공연 제작 방식은 국내외 초청공연과 찾아가는 공연 등으로 연결돼 왔다. 국내 초청공연은 1년에 15회 정도 하며, 찾아가는 공연은 김해공항 등 다양한 곳으로 향한다. 1년 6개월 전부터는 민예총 김해지부장도 맡아 '문화배달부' 공연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민예총 주관 청소년을 위한 '꿈이룸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국외 공연도 잇따른다. 2020년 '가야지무'와 '전통 무' 공연으로 스페인에서 4회 공연을 했으며, 현재 이탈리아 로마 공연을 초청받아 준비 중이다.

최선희가야무용단원들과 최선희(앞줄 왼쪽) 단장, 박경용(앞줄 오른쪽) 작가. /최선희가야무용단

최 단장이 최근 고심하며 열정을 쏟는 일은 제자들의 일자리 창출이다. 23년째 학원을 운영하며 많은 제자를 키워내는 동안 무용단 공연과 무용단원 양성 등에 매년 1000만~2000만 원 사비를 들여왔었다. 가야지무 공연은 그나마 시 지원을 받아 잘 치러내고 있지만, 대학에 들어간 제자들이 취업할 곳이 많지 않아 늘 걱정이다.

그는 "제자들이 전문무용단 단원이 되도록 시험을 보게 해야 하는데 지역에 자리가 없고 타 지역으로 가야 하는 실정"이라며 "인구 50만 이상인 도시엔 시립무용단을 만들 수 있으나 김해시에선 청년 고용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최선희가야무용단을 설립한 지 18년이 되면서 그는 공부해 온 것을 활용해 김해와 가야 춤의 우수성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보여줘야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제가 잘하는 무용을 청년·노인·사회에 다 나눠주고 다 같이 행복한 사회를 이뤄가는 게 앞으로 소망이에요. 가야 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도 목표이고요."

/이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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