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도 울고 간 가격, 17억에 팔린 튜닝카의 정체

사진 출처 = 'Bonhams Cars'

영화 속 자동차가 현실에서도 ‘전설’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영화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에 등장했던 오렌지색 마쯔다 RX-7 튜닝카는 예외였다. 일본 튜너들의 감성과 헐리우드 액션이 완벽히 결합된 이 차량은, 2025년 굿우드 페스티벌의 클래식카 경매에서 무려 91만 6,000파운드, 한화 약 17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금액에 낙찰됐다.

수많은 슈퍼카들이 거쳐간 자리에서,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가 아닌 1992년식 일본 스포츠카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유는 단순한 희소성 그 이상이었다. 이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영화와 자동차 문화의 교차점이자, 감성으로 완성된 유산이었다.

전설의 튜닝카, RX-7 포춘 와이드바디
사진 출처 = 'Bonhams Cars'

이번 경매에 등장한 차량은 단순한 마쯔다 RX-7이 아니다. 베일사이드의 ‘포춘 와이드바디킷’이 입혀진, 세계적으로 단 두 대만 존재하는 도쿄 드리프트 실차 중 하나다. 1992년식 3세대 FD3S RX-7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 차량은, 강렬한 오렌지와 블랙 투톤 컬러에 와이드한 보디라인, 그리고 유려한 에어로파츠로 시선을 압도한다. 여기에 블리츠 배기 시스템과 2로터 엔진이 적용되어, 퍼포먼스 역시 단순 쇼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차량 도어 안쪽과 엔진룸에는 ‘#71 HANS’라는 촬영용 식별 태그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직접 제작한 마크와 촬영 장비 거치 흔적까지 보존되어 있어 그 역사성과 진정성이 더욱 돋보인다. 단순한 복제품이 아닌 ‘실제 촬영에 사용된 원본’이라는 사실이 바로 이 차의 가치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린 요소다.

RX-7, 감성의 최고가 경신
사진 출처 = 'Bonhams Cars'

‘굿우드’ 페스티벌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상징적인 차량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로, 이번 RX-7의 낙찰은 단순한 중고차 거래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경매’로 평가된다. 많은 이들에게 이 차량은 2006년 스크린 속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주행 장면으로 각인되어 있으며, 젊은 시절의 향수와 함께 드리프트 문화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이번 낙찰로 인해 RX-7은 일본 스포츠카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차 중 하나로 기록됐으며,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 유럽 슈퍼카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감성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수많은 튜닝카와 영화 속 차량이 있지만, 이처럼 원형을 유지한 채 보존된 실차는 극히 드물기에, 그 문화적 가치는 가격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영화와 차의 만남
사진 출처 = ' Bonhams Cars'

이번 경매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된 것은, 자동차의 가치는 단순히 스펙이나 브랜드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RX-7 포춘 와이드바디는 튜닝카이자 영화 소품, 그리고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시대를 관통한 유산이 되었고, 17억 원이라는 가격은 그 상징성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이 차를 향한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의 열광은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자동차 문화와 감성에 대한 존중이다. 영화가 끝나도, 차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 전설은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