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물 일부는 액체 이산화탄소였나
한때 화성 지표면에 존재한 강이나 호수 일부는 물이 아닌 액체 이산화탄소(LCO₂)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화성은 물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지형이 많이 남아 있어 지구 외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끊임없이 논의되는 행성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공동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탄소 격리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액체 이산화탄소가 암석과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던 연구팀은 그 부산물이 현재 화성 광물의 성질과 일치하는 점에 주목했다.
조사에 참여한 ICL 사무엘 크레버 연구원은 "액체 이산화탄소가 화성 지형을 만들었다는 설이 이번 조사에서 설득력을 갖게 됐다"며 "우리 성과는 과거 화성 표면에 어떤 종류의 액체가 존재했는지 고찰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항공우주국(ESA)과 유럽우주국(ESA) 등이 탐사 중인 화성은 대기가 얇고 건조한 대지가 펼쳐진 행성이다. 화성 탐사 로버를 이용한 조사가 거듭되면서 지표면에 강과 호수, 삼각주 등 과거 물이 흘렀음을 시사하는 흔적이 계속해서 발견됐다. 이런 점에서 초기 화성에는 액체의 물이 풍부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무엘 연구원은 "초기 화성은 농밀한 대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곳에서 이산화탄소가 액화해 지표를 흐르고 있었다는 가설은 나름대로 현실적인 듯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각광받는 탄소 격리 연구가 의외의 사실을 알게 해줬다"고 말했다.
탄소 격리는 이산화탄소를 가둬 저장하는 기술이다. 소금물과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가 광물과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사하던 연구팀은 초기 화성에서는 이산화탄소가 탄산염 형태로 광물에 혼입될 가능성을 떠올렸다.
사무엘 연구원은 "탄소 격리를 위해 지구의 지하에 이산화탄소를 가둘 경우, 포화상태의 액체 이산화탄소는 광물과 놀라울 정도로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며 이는 화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때 만들어지는 탄산염과 필로규산염, 황산염과 같은 부산물은 화성의 광물에서도 검출됐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화성의 광물이나 지표의 일부 특징은 이산화탄소의 빙하 아래에서 녹아 생긴 액체 이산화탄소의 영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우리 연구가 정설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화성의 현재 지표면은 액체의 물과 액체 이산화탄소에 의해 형성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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