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통권’을 내며 [편집국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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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에는 이런 농담이 존재한다.
"이거 통권감인데?" "야, 통권으로 가자!" 한 가지 소재를 놓고 나오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보태느라 좀체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이런 농담을 던지면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시사IN〉 편집국에서 통권은 일종의 특집호를 의미한다.
돌이켜보면 〈시사IN〉이 통권을 낸 때는 대한민국 역사의 어떤 분기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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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에는 이런 농담이 존재한다. “이거 통권감인데?” “야, 통권으로 가자!” 한 가지 소재를 놓고 나오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보태느라 좀체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이런 농담을 던지면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진짜 ‘통권’을 만들 때는 아무도 웃지 않는다. 〈시사IN〉 편집국에서 통권은 일종의 특집호를 의미한다. 전 지면을 할애해, 혹은 전 인력을 투입해 하나의 소재를 힘주어 다룬다. 매우 드문 일이다. 왜냐하면 〈시사IN〉은 전문지도 단행본도 아닌 ‘종합’ ‘시사’ 주간지이기 때문이다. 현시점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뉴스를 다양하게 담는 게 우리의 임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권을 만들 때가 있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후(제90호), 2015년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제395호),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제496호)가 그럴 때였다. 추모 특집호 두 개와 탄핵 특집호 한 개를 만들 때 편집국 마감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고 긴장됐다. 모두가 한곳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이야기’를 잡지 한 권에 담는다는 사명감을 침묵 속에서도 서로 공유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주 가용 인력을 모두 투입해 ‘김건희 통권’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아무도 “왜?”라고 묻지 않았다. 아이템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끝났다. 모두가 알지 않는가. 김건희의 사람(천공·이종호·명태균 등), 김건희의 혐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명품 백 수수 의혹 등), 김건희의 공간(관저 이전과 공사 과정 의혹), 김건희의 학력(숙명여대·국민대 학위 논문 표절 및 대필 의혹), 김건희와 관련된 정부 사업(서울-양평 고속도로)과 재산 축적 과정을 포함한 김건희의 가족·생애사 등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이미 현직 대통령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아니, ‘김건희 여사 의혹’이 ‘윤석열 정권 의혹’ 그 자체다. 우리는 그 의혹들을 총망라해 잡지 한 권에 담기만 하면 되었다.
돌이켜보면 〈시사IN〉이 통권을 낸 때는 대한민국 역사의 어떤 분기점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세월호 참사, 박근혜 탄핵···. 더 거슬러 올라가면 통권의 출발점은 〈시사IN〉 선배들이 원 〈시사저널〉에서 일하던 2005년 9월에 만든 삼성 통권호(제830·831 합병호)였다.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라는 당시 표지 제목이 예언이라도 된 듯, 삼성의 영향력은 2년 뒤 그 잡지를 만든 기자들이 삼성 비판 기사를 무단으로 삭제한 회사를 뛰쳐나와 지금의 〈시사IN〉을 창간하게끔 만들었다. 〈시사IN〉 기자들이 특별한 예지력을 가진 게 아니다. 거짓과 비상식이 하나둘 쌓이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우리는 파도에 떠밀리듯 그저 자연스럽게 통권을 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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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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