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1호’ 승인에 석화 재편 본게임 시작됐다”⋯ 여수·울산 속도 붙나
정부, 신규자금·영구채 전환 등 총 2.1조 ‘금융 패키지’ 지원
여수·울산 논의 가속화 기대

정부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산업의 첫 구조재편안인 ‘대산 1호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기업이 유상증자와 설비 감축 등 자구노력을 이행하는 대신 정부가 2조10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조건부 패키지’가 핵심이다. 업계는 ‘첫 승인’을 환영하면서도 감축·통합의 집행속도가 후속 구조재편의 확산 범위와 강도를 가를 변수로 보고 있다.
25일 산업통상부는 ‘대산 1호 프로젝트’ 승인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정부 지원 방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8월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로드맵 발표 이후 첫 사업재편 승인 사례다.
핵심은 롯데케미칼이 대산 사업장을 물적분할한 뒤 HD현대케미칼 대산 사업장과 합병, 통합 신설법인 설립이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신설법인 재무개선을 위해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증자한다. 지분은 5대5다.
아울러 롯데케미칼 대산 NCC(110만t)는 가동을 중단하고, 양사 다운스트림 중복·적자 설비도 축소된다. 설비 통합·효율화에 2450억원, 고탄성 플라스틱·이차전지 소재 등 고부가 및 에탄·바이오 납사 기반 친환경 전환에 33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정부는 9월까지 분할·합병·통합법인 설립 절차를 거친 뒤 연내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세제·인허가 등을 묶은 2조1000억원 규모 지원 패키지도 의결됐다. 금융지원(2조원)은 현대케미칼에 최대 1조원 신규자금 지원, 기존 대출 최대 1조원 영구채 전환이 골자다. 2028년까지 약 7조9000억원 협약채무는 상환을 유예하고 기존 조건을 유지한다.
세제는 취득세·등록면허세 75~100% 감면과 과세 이연 확대를 포함한다. 기업결합 심사는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고 인허가 승계도 허용한다. 대산 산단은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해 전기요금 4~5%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LNG 직도입 범위 확대와 원자재 무관세 적용도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패키지가 후속 구조개편 논의를 앞당기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세제·R&D·규제 합리화가 한꺼번에 묶인 만큼 여수·울산 산업단지 등에서도 사업재편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구조재편이 곧바로 업황 반등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한 관계자는 “감축은 수익성 개선보다는 산업 전반의 사업 영속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사업장별 구조개편안 제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협의 속도에 차이가 있어, 실질적인 실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와 신중론 속에 관련 단체는 ‘집행’과 ‘정책 지원의 지속성’을 함께 강조했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석유화학 사업재편 1호 프로젝트가 승인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승인이 향후 구조 개편 확산의 중요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