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미표시·신생업체 난립…부부 울리는 ‘제도허점’
혼인건수 늘자 피해구제신청 2배↑
표준약관 강제력 無 업체계약서 통용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결혼시장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지만, 호황의 이면에는 소비자 분쟁이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결혼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피해 구제 신청도 가파르게 늘면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충청권 혼인 건수는 2023년 2만 1393건에서 지난해 2만 7427건으로 28.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식이 재개되고 청년층의 결혼 의향이 살아난 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결혼이 늘어난 속도만큼 관련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 집계 결과, 전국 예식 및 결혼준비대행 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023년 610건에서 지난해 1076건으로 7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충청권은 46건에서 116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예식장 위약금 과다 청구,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패키지의 추가 요금 분쟁, 결혼준비대행사의 계약 불이행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SNS를 기반으로 한 신생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계약서 부실 작성, 환불 거부, 업체 잠적 같은 새로운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허술한 시장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예식장업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진입 장벽이 낮고, 스드메 업체와 결혼준비대행사는 별도 등록 의무조차 없다.
표준약관이 있어도 강제력이 없다 보니 업체별 자체 계약서가 통용되는 실정이다.
'정보 비대칭'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체별 가격이 공개되지 않거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계약 이후 옵션이 추가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비용이 따라붙는다.
결혼박람회 역시 비교 선택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상은 '박람회 특가'와 플래너 중심의 패키지 판매가 주를 이룬다.
개별 서비스의 정확한 가격과 조건을 파악하기 어렵고 패키지가 실제로 더 저렴한지 검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결혼준비대행업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스드메 패키지의 세부 가격과 위약금 기준 명시를 유도했다.
같은 해 11월부터는 결혼서비스 가격표시제(중요정보고시)를 시행해 사업자가 기본서비스와 선택품목의 요금·환급 기준을 홈페이지나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에서는 지역별·품목별 가격 비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도 뚜렷하다.
표준약관 사용은 강제가 아닌 자율 사항이어서 영세업체의 채택률이 낮고, 가격표시제 역시 SNS 기반 신생 업체에까지 실효적으로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분석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며 "피해가 해마다 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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