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페이히어 CPO, '올인원'으로 도소매 업계에 혁신을 던지다

블로터가 산업계 내 인사들을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사람' 에 집중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내겠습니다.

홍사성 페이히어 CPO(사진=박재형 기자)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히어는 올해 5월 도소매 전용 서비스를 론칭했다. 기존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마케팅 등 흩어져 있던 서비스를 모바일 앱 하나에 모으며 F&B(식·음료) 매장에 새로운 풍경을 불어넣었던 저력을 도소매 시장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로써 음식점과 카페에 집중됐던 바운더리는 옷가게, 리빙 편집숍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페이히어는 도소매 서비스를 단순 결제 시스템에 그치지 않고 통합 매장 관리 솔루션으로 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는 제품 개발을 총괄하는 홍사성 CPO(최고제품책임자)가 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페이히어 오피스에서 홍 CPO를 만났다. 그의 안내를 받아 둘러본 사무실 한켠엔 컴퓨터만큼이나 빼곡히 늘어선 카드단말기와 키오스크 기기들이 페이히어의 노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결제부터 재고관리, 심화한 특화 기능까지 아우르는 도소매 서비스를 본궤도에 올리는 게 ‘홍사성 호’의 공동 목표다. 생소한 시장인 만큼 개척자로서 넘어야 할 허들이 많지만 홍 CPO는 여유로운 미소로 “안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 페이히어의 CPO(Chief Product Officer, 최고제품책임자)는 어떤 직무인지 궁금하다.

시장 사이즈와 사장님의 니즈를 끊임없이 분석한다. 그리고 어떻게 전략을 짜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낼 것인가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인적자원을 할당하는 일이다. 인재를 모시고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에 배치하는 것이 결국 퍼포먼스를 내는 데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 페이히어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20대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있었다. 현재 박준기 대표님과는 페이히어 이전 스타트업에서도 같이 일을 했었다. 이후에 대표님이 페이히어에 합류 제안을 했다. 지금 CTO분도 사실 대표님의 첫 직장 사수분이었고, 나 또한 개발커뮤니티에서 많이 교류하며 호흡을 맞췄었다. 이미 초기 구성원들의 합이 맞다는 걸 확신했고, 상품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면 됐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결국 대표님과 팀원들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 도소매 포스 서비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기존 카페/음식점이라는 견고한 사업 분야를 두고 새로운 분야로 사업 확장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가장 핵심은 유저들이 자연유입이 많이 됐고, 재고관리나 특화된 기능에 대한 요구사항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내부적으론 이미 시장의 니즈가 검증된 상태였다. 하지만 도소매라고 한다고 하면 다른 업종 보다 복잡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본격 진출 시점을 미뤄왔다.

그러다 작년 연말 2023년 계획을 세울 당시 올해가 도소매 재고관리 시장에 본격 진출할 타이밍이라 판단했다. 도소매 포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여기서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와서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페이히어 도소매 재고관리 화면(사진=페이히어)

- 기존 페이히어 포스기와 도소매 서비스만의 특화된 기능 또는 차이점은?

핵심은 상품구조 자체가 도소매 쪽에 특화돼 있는 게 차이점이다. F&B 아키텍처와 도소매 쪽의 아키텍처는 완전히 다르다. F&B인 김밥천국을 예로 들면 메뉴가 김밥, 돈가스 등으로 일원화된 반면 도소매인 옷가게의 경우 사이즈 95, 105에 노란색 파란색 등등 하나의 옵션에 여러 조건이 붙는다. 정식 도소매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까지 기존 F&B 시스템에 기능을 억지로 끼워 넣다 보니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시스템 자체를 새롭게 설계했다. 도소매에 최적화된 상품 시스템을 만들고 거기에 재고관리를 비롯해 택스리펀, 바코드 출력, 온라인스토어 매장 픽업 등의 특화 기능을 덧붙였다. 시간은 좀 더 들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기반을 다진 셈이다.

- 페이히어의 도소매 관리 프로그램은 생소하다. 포스와 연동되는 재고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이라면 결제는 카드단말기로 하고, 재고는 엑셀프로그램으로 따로 관리했다. 페이히어 도소매 서비스는 하나의 앱에서 결제부터 재고관리까지 가능하다는 게 포인트다. 사장님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만큼 효율성을 제고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사장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페이히어 도소매를 통해 업무 동선을 줄일 수 있다. 입·출고가 일원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 비용 측면에서도 절감이 가능하다. 그 시간에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동시에 데이터 누락도 덜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하다는 장점도 지닌다.

-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고 홍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전에 없던 서비스인 만큼 시행착오가 많을 것 같은데.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돼 있다 보니까 홍보가 어려웠다. 카페/음식점이라면 포스에다 광고를 하면 되는데 도소매는 기능이 익숙지 않기 때문에 홍보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결제와 심화한 재고관리가 통합된 개념이 최초다. 이 개념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현재는 사장님과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인식시키는 단계고, 그 분야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초기엔 의류 쪽에 포커싱을 하고 있다. 대형 의류 브랜드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소규모 업체 사장님들도 결제시스템을 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 입소문이 많이 나다 보니 신규 가맹점 수도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 얼마전 페이히어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탈(VC) '500글로벌'이 운영하는 일본 진출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도소매업의 일본진출을 기대해도 될까?

기대해도 좋다. 도소매 서비스는 타 분야보다 해외진출이 더 용이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재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결제만 떼어놓고 본다면 국가마다 결제 방식과 문화가 다 다르지만 재고 관리의 경우 상품을 등록하고 건by건으로 판매되면 재고가 차감되는 방식으로 표준화가 이뤄져 있다. 그래서 해외진출은 도소매 서비스가 오히려 더 빠를 수 있다고 본다.

홍사성 페이히어 CPO(사진=박재형 기자)

- 도소매 포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과 목표는.

장기적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제를 묶어 하나의 통합 재고관리를 하는 게 큰 메커니즘이다. 결국 도소매 포스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도소매 매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도소매 영업 사장님들이 “페이히어에 다 있네? 그냥 페이히어 쓰면 되네” 라는 인식을 심을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걸 더 많이, 더 빨리 제공하기 위해선 다 같이 빡세게 일하는 게 정답 같다.

- 한 인간으로서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개인적인 꿈은 소비자가 원하고 좋아하는 제품(서비스)을 개발해 시장에 도입한 뒤 결과를 내는 것이다. 사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본질적으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간다. 따라서 인재들을 모셔 오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동료, 우수한 인재분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채용에 더 집중하는 게 CPO로서 목표다.